사유 밝히지 않아…“정권 차원 회유” 추측 무성
사건 전모 밝힐 열쇠…검, 강제구인 나설 방침
사건 전모 밝힐 열쇠…검, 강제구인 나설 방침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의 ‘키맨’으로 불리는 진경락(사진)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6일 검찰의 공개 소환에 불응한 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서만을 달랑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그러나 진 전 과장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향후 소환에 또다시 불응하면 강제구인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이 본인과 관련해 사안별로 입장을 밝힌 진술서를 냈다”며 “전반적으로 부인하거나 억울하다는 취지로, 진술서를 검토한 뒤 소환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 전 과장의 소환과 관련해 “적절한 방식을 고민하겠다”고 언급했다. 체포영장 청구 등 강수를 구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검찰이 진 전 과장을 직접 조사하는 데 골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할 경우,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진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서 이 비서관을 보좌하는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지원관실이 만들어진 뒤 그는 기획총괄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각 점검팀이 생산한 보고서를 취합하고 ‘윗선’으로 보고하는 문지기 노릇을 한 셈이다. 업무 성격상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과정을 가장 광범위하게 알 수 있는 위치다. 또 지원관실 안에서 은밀한 지시를 수행했을 가능성도 높다. 지원관실 점검1팀 안에서도 가장 하위직이었던 장진수 전 주무관과는, 알고 있는 정보의 질과 양 모두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다.
또 진 전 과장은 증거인멸의 책임을 지고 기소돼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았다. ‘잘나가던’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 졸지에 직업을 잃고 전과자가 될 위기에 몰렸다. 만약 진 전 과장이 이 전 비서관 등의 지시를 받아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면, 혼자서 책임을 떠안게 된 상황에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검찰이 보기에 입을 열 수 있는 동기도 충분해 보이는 것이다.
이미 드러난 진 전 과장의 의혹만 해도 만만찮다. 진 전 과장은 지난해 5월께 이 전 비서관이 마련한 2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한테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가 장 전 주무관의 ‘입막음’에 나선 과정에도 직접 등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탓에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진 전 과장을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하다. 청와대 차원의 증거인멸과 진실은폐에 진 전 과장을 동원한 만큼, 검찰에 진실을 알리지 않기 위한 또다른 ‘입막음’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검찰은 진 전 과장에 대한 직접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태도다. 검찰이 지난 5일 장 전 주무관의 전임자인 김아무개 행정안전부 주무관을 소환조사한 것도 진 전 과장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주무관은 장 전 주무관한테 지원관실 특수활동비 가운데 280만원을 청와대에 상납하도록 인수인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당시 상납금은 진 전 과장을 통해 전달됐다”고 주장해왔다. 진 전 과장이 횡령에 가담한 정황을 밝혀내, 이를 근거로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밖에도 검찰은 이날 구속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수용돼 있는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압수수색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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