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MB정부 전방위 사찰] ‘사찰 폭로’ 장진수 전 주무관 심경 고백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의 진실을 털어놓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지난 6일 만났다. 1년7개월 만에 털어놓은 진실, 그리고 재수사…. 장 전 주무관은 “미래는 더 불확실해졌지만, 억울함이 밝혀져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일 잘하던 부하직원의 인생을 망쳐놓고 양심고백마저 끈질기게 막았던 부도덕한 권력의 실체가 어느 정도까지 드러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장 전 주무관은 “제2의 장진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 차원의 또다른 ‘사건 은폐’를 걱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원관실서 서무 업무만
사찰 내용은 곁눈질 수준
김종익 사건 알고 큰일 느껴
다른 곳서도 자료 폐기해봐
디가우싱 위험성 인식 못해
증거인멸 발표보고 정신잃어 -공직 생활은 언제 어디서 시작했습니까? “2005년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데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실이었고 총무과, 인사과를 거쳐 조사심의관실로 가게 됐죠.” -조사심의관실에서 맡은 업무는 무엇이었습니까? “서무인데, 예산, 인사관리, 각종 장비·물품 관리, 서류관리 등 잡일은 싹 다 제가 했죠. 공무원 비리 감찰 외에 나머지 일은 다 제 일이었습니다. 감찰해온 결과를 해당 기관으로 이송해서 조치, 수사의뢰 업무까지 제가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조사심의관실과 비교해 이명박 정부 때의 지원관실 감찰 범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까? “감찰 결과를 취합하고 이송하는 일은, 지원관실에서는 다른 주무관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송 업무는 안 하고 서무 업무만 해서 일이 많이 줄었죠.” -그러면 김종익씨 불법사찰 사실은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엔 몰랐겠네요? “전혀 몰랐죠. 곁눈질로 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감찰 부서가 하는 일은 인사 스크린 하고 있구나, 기강점검 하고 있구나 정도로 대충 돌아가는 흐름을 읽는 정도였기 때문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죠.” -김종익씨 사건을 처음 알고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큰일이 일어나겠구나, 큰 잘못 했다…. 일단 민간인 사찰 하면 안 된다는 걸 원칙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정부가 워낙 힘이 세서 큰일은 큰일인데 그래도 별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지 않겠나, 누군가 한 명 책임지고 옷을 벗으면…. ‘이인규 지원관 선에서 책임을 진다면 큰일은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죠.” -최종석 행정관이 하드를 물리적으로 조처하라고 했을 때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솔직히 위험한 일이라고 인식을 못 했습니다. 조사심의관실 자료도 폐기는 했거든요. 두번째이다 보니까, 이걸 폐기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다만, 증거인멸이 죄가 되는 줄 알았으면 안 했겠죠. 그걸 몰랐다는 게 부끄럽죠. 문제 안 삼기로 했는데 문제가 돼서 나중에 깜짝 놀랐죠. 제가 그걸 하고도 금요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사회인야구 동호회가 있었는데 제가 엠티를 가요. 마음이 얼마나 편하면 엠티를 가겠냐…. 딸내미 데리고 토요일에 엠티 가서 1박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걸 듣게 돼요. 증거인멸 혐의 포착이라는 발표를, 검찰이 압수수색 이틀 뒤에 해요. ‘아 큰일 났다, 문제 안 삼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정신을 잃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졌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죠.” -참여정부 때 조사심의관실에서 하드디스크 폐기할 때는 다른 방식으로 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직접) 폐기한 건 아니거든요. 기록물연구사에게 인계했고 그분은 규정에 따라서 했을 거예요.” -최 행정관이 대포폰까지 주면서 하드디스크 지우라고 했는데 이상하지 않았나요? “이영호·최종석 이런 분들은 휴대폰을 2~3대 갖고 다녔어요. 은밀한 번호들이 항상 있었고. 은밀하게 쓰는 이유는 고용노사는 손떼고 민정하고만 해야 하는데 자기 전화기로 통화하면 고용노사가 계속 업무하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전화기로 통화하는 걸로 그렇게 생각했죠. 저는 진짜 영장실질심사 받을 때까지도 그렇게 큰 문제로 생각 못했습니다. 나중에 언론에서 대포폰으로 표현하고 불거지니까 문제가 된다는 걸 그때 안 거지.” 2심서 진경락 형량 주는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 배신감
굉장히 비관적 심정 들었다
미래는 불확실해졌지만
결국 밝히니까 맘 편해
‘제2 장진수’ 있어선 안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심정이? “구속영장이라는 게 말로만 구치소로 들어가나 생각하는데, 실제 당사자가 되면 정신 못 차립니다. 그 공포, 위압감이라는 건…. 검찰 수사관이 수갑을 바로 옆에 들고 나오거든요. 기각 안 되면 수갑 채우고 기각되면 집에 갈 거라고 그러죠. 암담하죠. 아침에 집에서 분명히 나왔는데 오늘은 엉뚱한 데서….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 모를 겁니다.” -피의자에 대한 압박수단이기도 한데…. “그렇죠. 그때 사실을 얘기해야만 구속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때 왜 사실대로 진술 안 한 거죠? “사실을 얘기했죠. 물어보는 범위 안에서는. 대포폰에 대해서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을 얘기할 기회가 없었죠. 일단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전부 시인했죠. 디가우싱도 내가 했고 이레이징도 시켜서 내가 했다고 했는데 대포폰이 안 나왔죠. 디가우싱은 진 과장이 시킨 건 맞으니까. 최종석도 시켰다고 얘기를 안 한 거지, 물어보는 범위에서는 사실을 얘기했죠. 제 행위를 다 인정했으니까. 그래서 구속이 안 됐던 거죠.”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최 행정관에게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해야 면책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법한데? “물어보면 얘기를 할 준비를 했어요. 대포폰 물어보면 법원에서는 위증의 문제도 추가로 되는데 물어봤으면 아마 사실대로 나왔겠죠. ‘내가 최종석 행정관에게 빌려간 게 아니다’라고. 저보다 직급도 높은 사람한테 가서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전화기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냐? 불가능하겠죠. 상식적으로.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죠.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최종석을 피의자 범위에 넣고 수사를 해야지, 제가 검찰 수사에서 사실을 말 못한 건 죄송하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그것이 아니어도 검찰의 의지만 있으면 (최종석은) 충분히 피의자 되죠.”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이 나왔을 때 실망감이 컸겠다. “그때는 정말 세상이 그렇게 까맣고 어둡게 느껴진 적이 없었죠. 정말 배신감 많이 느꼈고.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형량이 조금도 안 줄었으니까. 그것도 참 이상하죠. 1심과 2심에 팩트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요. 진 과장도 새로운 주장 안 했고 저도 안 했고. 지시자인 진경락은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줄었고. 그런데 왜 저는 그대로인가.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노력을 했다는데…. 정말 그때 느낀 배신감 포함해서 이 세상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인 심정이 들었죠. 황당한 일이죠.” -지난해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진실을 얘기했을 때 징계위원들 반응은? “수군수군거렸고. ‘징계위에서 지득한 사항은 외부에는 비밀인 걸 아시죠?’ 한 여성 민간위원이 그렇게 말하니까, 다들 비밀을 지키자고 하더군요. 징계위원회 열리기 전에 징계위 운영하는 행정안전부 직원이 사전조사를 한 다음에 안건을 올려요. 직원이 나와서 조사를 하는데 그 직원한테 다 얘기했죠. ‘청와대에서 시킨 대로 했고, 상황이 이런데 내가 징계받는 게 맞겠냐’고. 그러니까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그래요. 그 공무원도 6급 주무관이었는데 공무원한테 청와대라는 존재는 그 정도로 높습니다. 지금이야 제가 최종석·이영호라고 말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분들이 제게 어떤 지위였겠냐. 청와대라는 존재가 그분이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되죠. 청와대가 얼마나 무섭겠냐….” -징계 의결이 그 자리에서 안 되고 한 번 더 열렸다고요? “그 자리에서 의결이 바로 안 됐고 5월27일에 다시 출석했는데 이때 참 웃긴 게 1월11일에는 진술해보라 해서 쭉 진술했는데 이날은 간단했어요.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받고 한 거죠?’라고 질문을 했고, ‘아니요. 이레이징은 진경락 과장이 시킨 게 맞고 디가우싱은 최종석 행정관이죠’ 그렇게 답했더니 거기서 끝. 최종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그게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억울함 풀고싶을뿐 다른 의도 없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돈이라며 5000만원 관봉을 가져다준 류충렬 국장에게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류 국장이 저를 컨트롤하고 데리고 놀려고 그런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분을 고맙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분은 출발점이 틀렸어요. ‘너는 범죄자인데 우리가 너를 이렇게 뒤에서 봐주잖아, 고맙지?’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너는 죄가 없는데…’ 이렇게 시작했다면 공감이 더 갔겠죠. 그런데 ‘너는 범죄자야, 대법원 가면 무조건 파면이야, 그렇지만 우리가 직장도 챙겨주고, 그러는 사람들이 뒤에 있어. 고맙지?’ 출발점 자체가 틀렸는데…. 류 국장이 그렇게 컨트롤한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 -류 국장과의 대화에서 그런 걸 느꼈다는 건가요? “논리 구성이 그렇게 돼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는 무조건 간다, 밝혀야 한다, 그런 거였고. 결국에 밝히니까 맘은 편했죠. 이분들이 처벌받는데 유쾌하다, 맘이 편하다, 이건 아니고. 다만 내 억울함이 소명이 많이 된 거 같아서….”
※이 자료는 클릭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입니다. -진실을 밝힌 뒤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연락 온 적 있습니까? “힘내라는 메시지도 있고, 전화 오는 후배들도 있었고. 없진 않았지만, 많지도 않았어요. 연락 온 후배도 ‘이거 도청되는 거 아니야, 나 형한테 전화했다가 잘못되는 것 아니야?’ 이런 걱정 하면서 전화했으니까. 겁이 나서. 아직도 청와대가 살아 있는데, 장진수 응원했다고 하면 청와대에서 좋은 소리 듣겠냐…. 그런 이유로 못할 것이고. 지금 다시 사건이 불거지니까 (관련자나 관련 부서의 사람들이) 힘들다고, 그런 말들을 한다는 걸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제가 1년 반 동안 힘들었던 거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습니까? 그거랑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힘들었는지는…. 지금은 없는 거 가지고 힘들게 만드는 거 아니거든요. 지금은 터무니없는 거 가지고 죄를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장진수 주무관은 현직 공무원이다. 직분을 넘어 명백히 사실을 호도한 점이 확인된다면 상응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는데 느낌이 어땠습니까? “나중에 따져서 제가 위반한 법률이 있으면 처리를 하시되 다만 공익제보자 보호법에 제가 해당이 되면 저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겠냐…. 여러 법률을 종합해서 처분하시리라고 믿고 마땅한 처분이라면 제가 따르고 벌을 받아야겠죠.”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리던데요. “자제하라고, 저도 그렇게 들리는데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지금 처분하면 되죠.” -김종익씨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깨끗이 사과를 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졌을 거 같지 않습니다. 증거인멸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처음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영호 비서관이 책임졌으면…. 사찰에 대해 책임져야죠. 자기가 다 운영한 조직을 말이야. 책임지지 않고 그러니까 문제가 더 커진 거 아닙니까. 책임지는 선이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또 총리실에서 류충렬 국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제2의 장진수’ 안 되나 모르겠습니다.” -제2의 사건은폐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안 되죠. 절대 안 되죠.” -이번 사건 겪으면서 가장 원망스런 사람은 진경락 과장인가요? “당연히 그렇죠. 자기 하나 책임 모면해보려고 부하직원한테 법정에서 떠미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사실대로 말해서 윗선을 밝히면 되지. 부하직원에게 전혀 안 시켰다고 모면해나가려는데 제가 이해가 되겠어요? 그러니까 가장 원망스러워요. 실제로 자기가 한마디만 하면 되거든. 장진수 아무 잘못 없고, 내가 다 시켰다. 남자답게. 그렇게만 해주면 제가 이런 중형을 선고받았겠냐….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자꾸 문제가 커지는 거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지금 도움 받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요? “이 변호사님이 도와주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무료로 변론해주시겠다, 검찰 수사받고 할 때. 그래서 만나게 됐고. 그런데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돼 있어서 오해가 굉장히 많아서 걱정입니다.” -민주당과 같이 가면서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 부분이 걱정이에요. 한편으로 든든한 게 생긴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심해요. 제 의도가 정치적 의도가 아니거든요. 저는 사실을 말한 거고, 제가 오명을 벗으려고 그런 건데. 국민들은 진실을 원하는 거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것인데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려 드니까 부담이 있죠. 제가 하는 말들이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하니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그렇지 않다는 걸 꼭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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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발표보고 정신잃어 -공직 생활은 언제 어디서 시작했습니까? “2005년 국무총리실에서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발령받은 데는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실이었고 총무과, 인사과를 거쳐 조사심의관실로 가게 됐죠.” -조사심의관실에서 맡은 업무는 무엇이었습니까? “서무인데, 예산, 인사관리, 각종 장비·물품 관리, 서류관리 등 잡일은 싹 다 제가 했죠. 공무원 비리 감찰 외에 나머지 일은 다 제 일이었습니다. 감찰해온 결과를 해당 기관으로 이송해서 조치, 수사의뢰 업무까지 제가 했습니다.” -참여정부 때의 조사심의관실과 비교해 이명박 정부 때의 지원관실 감찰 범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까? “감찰 결과를 취합하고 이송하는 일은, 지원관실에서는 다른 주무관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송 업무는 안 하고 서무 업무만 해서 일이 많이 줄었죠.” -그러면 김종익씨 불법사찰 사실은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엔 몰랐겠네요? “전혀 몰랐죠. 곁눈질로 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감찰 부서가 하는 일은 인사 스크린 하고 있구나, 기강점검 하고 있구나 정도로 대충 돌아가는 흐름을 읽는 정도였기 때문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죠.” -김종익씨 사건을 처음 알고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큰일이 일어나겠구나, 큰 잘못 했다…. 일단 민간인 사찰 하면 안 된다는 걸 원칙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정부가 워낙 힘이 세서 큰일은 큰일인데 그래도 별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지 않겠나, 누군가 한 명 책임지고 옷을 벗으면…. ‘이인규 지원관 선에서 책임을 진다면 큰일은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죠.” -최종석 행정관이 하드를 물리적으로 조처하라고 했을 때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까? “솔직히 위험한 일이라고 인식을 못 했습니다. 조사심의관실 자료도 폐기는 했거든요. 두번째이다 보니까, 이걸 폐기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다만, 증거인멸이 죄가 되는 줄 알았으면 안 했겠죠. 그걸 몰랐다는 게 부끄럽죠. 문제 안 삼기로 했는데 문제가 돼서 나중에 깜짝 놀랐죠. 제가 그걸 하고도 금요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사회인야구 동호회가 있었는데 제가 엠티를 가요. 마음이 얼마나 편하면 엠티를 가겠냐…. 딸내미 데리고 토요일에 엠티 가서 1박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걸 듣게 돼요. 증거인멸 혐의 포착이라는 발표를, 검찰이 압수수색 이틀 뒤에 해요. ‘아 큰일 났다, 문제 안 삼기로 했는데….’ 그때부터 정신을 잃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졌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죠.” -참여정부 때 조사심의관실에서 하드디스크 폐기할 때는 다른 방식으로 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직접) 폐기한 건 아니거든요. 기록물연구사에게 인계했고 그분은 규정에 따라서 했을 거예요.” -최 행정관이 대포폰까지 주면서 하드디스크 지우라고 했는데 이상하지 않았나요? “이영호·최종석 이런 분들은 휴대폰을 2~3대 갖고 다녔어요. 은밀한 번호들이 항상 있었고. 은밀하게 쓰는 이유는 고용노사는 손떼고 민정하고만 해야 하는데 자기 전화기로 통화하면 고용노사가 계속 업무하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전화기로 통화하는 걸로 그렇게 생각했죠. 저는 진짜 영장실질심사 받을 때까지도 그렇게 큰 문제로 생각 못했습니다. 나중에 언론에서 대포폰으로 표현하고 불거지니까 문제가 된다는 걸 그때 안 거지.” 2심서 진경락 형량 주는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 배신감
굉장히 비관적 심정 들었다
미래는 불확실해졌지만
결국 밝히니까 맘 편해
‘제2 장진수’ 있어선 안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심정이? “구속영장이라는 게 말로만 구치소로 들어가나 생각하는데, 실제 당사자가 되면 정신 못 차립니다. 그 공포, 위압감이라는 건…. 검찰 수사관이 수갑을 바로 옆에 들고 나오거든요. 기각 안 되면 수갑 채우고 기각되면 집에 갈 거라고 그러죠. 암담하죠. 아침에 집에서 분명히 나왔는데 오늘은 엉뚱한 데서….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 모를 겁니다.” -피의자에 대한 압박수단이기도 한데…. “그렇죠. 그때 사실을 얘기해야만 구속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그때 왜 사실대로 진술 안 한 거죠? “사실을 얘기했죠. 물어보는 범위 안에서는. 대포폰에 대해서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을 얘기할 기회가 없었죠. 일단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전부 시인했죠. 디가우싱도 내가 했고 이레이징도 시켜서 내가 했다고 했는데 대포폰이 안 나왔죠. 디가우싱은 진 과장이 시킨 건 맞으니까. 최종석도 시켰다고 얘기를 안 한 거지, 물어보는 범위에서는 사실을 얘기했죠. 제 행위를 다 인정했으니까. 그래서 구속이 안 됐던 거죠.”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최 행정관에게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해야 면책을 받는다고 생각했을 법한데? “물어보면 얘기를 할 준비를 했어요. 대포폰 물어보면 법원에서는 위증의 문제도 추가로 되는데 물어봤으면 아마 사실대로 나왔겠죠. ‘내가 최종석 행정관에게 빌려간 게 아니다’라고. 저보다 직급도 높은 사람한테 가서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전화기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냐? 불가능하겠죠. 상식적으로.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죠. 제가 제 입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최종석을 피의자 범위에 넣고 수사를 해야지, 제가 검찰 수사에서 사실을 말 못한 건 죄송하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그것이 아니어도 검찰의 의지만 있으면 (최종석은) 충분히 피의자 되죠.”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집행유예형이 나왔을 때 실망감이 컸겠다. “그때는 정말 세상이 그렇게 까맣고 어둡게 느껴진 적이 없었죠. 정말 배신감 많이 느꼈고.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형량이 조금도 안 줄었으니까. 그것도 참 이상하죠. 1심과 2심에 팩트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어요. 진 과장도 새로운 주장 안 했고 저도 안 했고. 지시자인 진경락은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줄었고. 그런데 왜 저는 그대로인가. 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노력을 했다는데…. 정말 그때 느낀 배신감 포함해서 이 세상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인 심정이 들었죠. 황당한 일이죠.” -지난해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진실을 얘기했을 때 징계위원들 반응은? “수군수군거렸고. ‘징계위에서 지득한 사항은 외부에는 비밀인 걸 아시죠?’ 한 여성 민간위원이 그렇게 말하니까, 다들 비밀을 지키자고 하더군요. 징계위원회 열리기 전에 징계위 운영하는 행정안전부 직원이 사전조사를 한 다음에 안건을 올려요. 직원이 나와서 조사를 하는데 그 직원한테 다 얘기했죠. ‘청와대에서 시킨 대로 했고, 상황이 이런데 내가 징계받는 게 맞겠냐’고. 그러니까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그래요. 그 공무원도 6급 주무관이었는데 공무원한테 청와대라는 존재는 그 정도로 높습니다. 지금이야 제가 최종석·이영호라고 말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분들이 제게 어떤 지위였겠냐. 청와대라는 존재가 그분이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되죠. 청와대가 얼마나 무섭겠냐….” -징계 의결이 그 자리에서 안 되고 한 번 더 열렸다고요? “그 자리에서 의결이 바로 안 됐고 5월27일에 다시 출석했는데 이때 참 웃긴 게 1월11일에는 진술해보라 해서 쭉 진술했는데 이날은 간단했어요.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받고 한 거죠?’라고 질문을 했고, ‘아니요. 이레이징은 진경락 과장이 시킨 게 맞고 디가우싱은 최종석 행정관이죠’ 그렇게 답했더니 거기서 끝. 최종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그게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억울함 풀고싶을뿐 다른 의도 없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돈이라며 5000만원 관봉을 가져다준 류충렬 국장에게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류 국장이 저를 컨트롤하고 데리고 놀려고 그런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분을 고맙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분은 출발점이 틀렸어요. ‘너는 범죄자인데 우리가 너를 이렇게 뒤에서 봐주잖아, 고맙지?’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너는 죄가 없는데…’ 이렇게 시작했다면 공감이 더 갔겠죠. 그런데 ‘너는 범죄자야, 대법원 가면 무조건 파면이야, 그렇지만 우리가 직장도 챙겨주고, 그러는 사람들이 뒤에 있어. 고맙지?’ 출발점 자체가 틀렸는데…. 류 국장이 그렇게 컨트롤한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 -류 국장과의 대화에서 그런 걸 느꼈다는 건가요? “논리 구성이 그렇게 돼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언젠가는 무조건 간다, 밝혀야 한다, 그런 거였고. 결국에 밝히니까 맘은 편했죠. 이분들이 처벌받는데 유쾌하다, 맘이 편하다, 이건 아니고. 다만 내 억울함이 소명이 많이 된 거 같아서….”
※이 자료는 클릭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입니다. -진실을 밝힌 뒤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연락 온 적 있습니까? “힘내라는 메시지도 있고, 전화 오는 후배들도 있었고. 없진 않았지만, 많지도 않았어요. 연락 온 후배도 ‘이거 도청되는 거 아니야, 나 형한테 전화했다가 잘못되는 것 아니야?’ 이런 걱정 하면서 전화했으니까. 겁이 나서. 아직도 청와대가 살아 있는데, 장진수 응원했다고 하면 청와대에서 좋은 소리 듣겠냐…. 그런 이유로 못할 것이고. 지금 다시 사건이 불거지니까 (관련자나 관련 부서의 사람들이) 힘들다고, 그런 말들을 한다는 걸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제가 1년 반 동안 힘들었던 거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습니까? 그거랑 비교했을 때 누가 더 힘들었는지는…. 지금은 없는 거 가지고 힘들게 만드는 거 아니거든요. 지금은 터무니없는 거 가지고 죄를 만드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장진수 주무관은 현직 공무원이다. 직분을 넘어 명백히 사실을 호도한 점이 확인된다면 상응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는데 느낌이 어땠습니까? “나중에 따져서 제가 위반한 법률이 있으면 처리를 하시되 다만 공익제보자 보호법에 제가 해당이 되면 저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 않겠냐…. 여러 법률을 종합해서 처분하시리라고 믿고 마땅한 처분이라면 제가 따르고 벌을 받아야겠죠.”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리던데요. “자제하라고, 저도 그렇게 들리는데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지금 처분하면 되죠.” -김종익씨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깨끗이 사과를 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졌을 거 같지 않습니다. 증거인멸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처음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영호 비서관이 책임졌으면…. 사찰에 대해 책임져야죠. 자기가 다 운영한 조직을 말이야. 책임지지 않고 그러니까 문제가 더 커진 거 아닙니까. 책임지는 선이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또 총리실에서 류충렬 국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제2의 장진수’ 안 되나 모르겠습니다.” -제2의 사건은폐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안 되죠. 절대 안 되죠.” -이번 사건 겪으면서 가장 원망스런 사람은 진경락 과장인가요? “당연히 그렇죠. 자기 하나 책임 모면해보려고 부하직원한테 법정에서 떠미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사실대로 말해서 윗선을 밝히면 되지. 부하직원에게 전혀 안 시켰다고 모면해나가려는데 제가 이해가 되겠어요? 그러니까 가장 원망스러워요. 실제로 자기가 한마디만 하면 되거든. 장진수 아무 잘못 없고, 내가 다 시켰다. 남자답게. 그렇게만 해주면 제가 이런 중형을 선고받았겠냐….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자꾸 문제가 커지는 거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지금 도움 받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된 건가요? “이 변호사님이 도와주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무료로 변론해주시겠다, 검찰 수사받고 할 때. 그래서 만나게 됐고. 그런데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돼 있어서 오해가 굉장히 많아서 걱정입니다.” -민주당과 같이 가면서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 같던데. “그래서 그 부분이 걱정이에요. 한편으로 든든한 게 생긴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심해요. 제 의도가 정치적 의도가 아니거든요. 저는 사실을 말한 거고, 제가 오명을 벗으려고 그런 건데. 국민들은 진실을 원하는 거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것인데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려 드니까 부담이 있죠. 제가 하는 말들이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하니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죠. 그렇지 않다는 걸 꼭 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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