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의 4·11총선 농업·농촌 공약 및 비례대표 농민(농업계) 후보 비교
핵심공약들 선언적 내용으로만 가득
새누리 농업계의 귀족들 후보로
민주당 농기업인 마저도 비례 없어
새누리 농업계의 귀족들 후보로
민주당 농기업인 마저도 비례 없어
“㎏당 400원이 최소 생산단가지요. 그런데 지금 반토막이 아니라, 3분의 1도 안 돼. 더 떨어져부렀어. 물가 한자리로 잡는다고 중국서 엄청 양파를 가져와부러잖아요? 긍께 농민은 죽든지 말든지 하라는 소리제. 시위항께 물대포 쏩디다.”
전남 무안군 무안읍 교촌리에서 한우 사육과 양파 농사를 짓는 강성신(58)씨는 올해 처음으로 농민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집회할 시간 있으면 일을 더 한다는 생각으로 이제까지 살아왔다”며 “그러나 한-중 에프티에이로 중국 농산물 개방하면 우리 농사가 끝인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의 공포감이 농촌을 암울하게 뒤덮고, 삼겹살과 고추·마늘의 무차별 할당관세(무관세) 수입으로 농가소득이 위협받고 있지만, 4·11 총선에서 농업과 농촌을 살리겠다는 목소리는 희미하기만 하다. 경북 상주에서 친환경 사과농사를 짓는 조원희(44)씨는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정책도, 대변할 사람도 완전히 사라졌다”며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이 세대별로 제시한 핵심공약인 10대 맞춤정책에서 ‘농(農)’자는 아예 사라졌다. 세부공약집의 안쪽에 배치된 ‘농어촌 발전, 새로운 엔진 만들겠다’라는 농업·농촌 공약에서도, 에프티에이 보완대책을 집행하고 경쟁력 있는 농어업 창업인력 육성하겠다는 기존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색 맞추기 정책을 모아놓는 데 그쳤다. 도농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져가는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려는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통합당의 7대 정책비전 요약집도 비슷하다. 두 번째 정책 비전인 ‘경제민주화 실현과 민생안정’ 공약의 맨끝인 여섯 번째 항목에 신복지농정 기반을 마련하고, 경쟁력 있는 농어업으로 식량안보를 지키겠다는 내용이 옹색하게 들어가 있다. 그나마 식량자급률 높이고, 아이티(IT) 융합환경을 개선해 미래 농어업에 대비하며, 쌀 목표가격 현실화하겠다는 선언적 내용이 가득차 있다. 한-중 에프티에이 공약조차 없다.
총선 후보들의 면면을 봐도, 양대 정당의 농업·농촌 홀대는 적나라하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후보에 윤명희(55) 농수산식품시이오(CEO)연합회 부회장 단 1명을 농업계 후보(3순위)로 올렸다. 윤 후보는 라이스텍이라는 쌀 도정업체 대표로 ‘잘 나가는’ 농기업인이다. 지역구에는 정운천(58·전주완산을)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홍문표(64·충남 예산홍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가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농업계의 ‘귀족’으로 분류된다.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명단에 농민은커녕 농기업인도 전혀 올리지 않았다. 정재돈 국민농업포럼 대표의 이름이 범농업계 후보로 올라갔지만, 공천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의 아성인 경북지역에 김현권(47·군위의성청송) 후보 1명이 민주통합당의 유일한 농민 후보로 공천받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상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농업계 후보자가 각 당의 공천에서 배제됐고 공약마저 현실과 괴리됐다”며 “4·11 총선에서 농업과 농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정섭 전남도의회 농수산부위원장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이익을 본 분야에서 재원을 마련해 자유무역협정으로 피해가 큰 농업·농촌에 지원할 수 있도록 ‘농업 농촌 특별법’이 꼭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무안/정대하 기자 koala5@hani.co.kr
통합진보·녹색당, 농심을 어루만지다 거대 정당들에 홀대받는 농심을 통합진보당과 녹색당이 어루만지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20일 농민선거대책본부를 발족한 데 이어 38쪽 분량의 ‘농업·먹거리 공약’을 별도로 내놓았다. 8대 핵심공약에서는 ‘식량자립은 주권’이라는 농업·농촌 공약을 4번째로 올려놓았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하는 국민기초식량보장법 제정 △농지와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보장과 도시가구 95% 수준의 농가소득 보장 △농업정책에서의 성별영향평가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추진 중단도 공약에 포함했다. 더욱이 통합진보당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지낸 윤금순(52) 후보를 비례대표 1순위로 올렸다. 2005년 노벨상 후보 명단에도 오른 윤 후보는 경북 성주에서 유기농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출신의 문경식(57) 비례후보는 16순위를 받았다. 지역구에도 강기갑(58·경남 사천·남해·하동), 김영호(53·충남 홍성·예산), 박민웅(50·경남 의령·함안·합천), 김종현(32·충북 충주)씨 등 4명의 농민 후보를 내보냈다. 통합진보당은 농촌지역에서 30% 득표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 창당한 녹색당도 통합진보당 못지않게 농촌 지역에 정성을 쏟고 있다. 하승수 사무처장은 “농업과 농촌은 생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농업 회생이 지금의 전지구적 식량위기 상황에서 국민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 녹색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지 확보 위한 농지개혁 추진 △ 농가의 기본소득 보장과 함께 △공장형 축산을 동물복지 축산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녹색당은 5대 핵심공약에서 ‘무너지는 생명산업, 농업을 되살리자’라는 공약을 탈핵 다음의 두번째로 올렸다. 지난달 23일과 26일에는 ‘생명·생태 농업사회로’와 ‘생명권 존중’이라는 세부공약집을 잇따라 발표했다. 비례대표 명단에는 대표적인 유기농 지도자로 꼽히는 유영훈(58) 팔당공동대책위원장을 2순위에 배치했다. 경북의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에 출마한 박혜령(43) 후보는 17년 전에 귀농한 녹색당의 농민 후보이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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