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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허울뿐인 임시공휴일, 투표 못하는 노동자들

등록 2012-04-09 21:09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앞에서 4·11 총선 투표시간 보장 및 미보장 사업장 대응조치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앞에서 4·11 총선 투표시간 보장 및 미보장 사업장 대응조치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투표날 휴무·단축근무 없어”
민노총, 정상근무 783건 접수
수학여행·수련회 가는 학교도
서울 성동구의 의류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이아무개(38)씨는 오는 11일 투표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지만 회사에서 정상 근무를 하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집에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회사까지 가려면 평소처럼 아침 7시에는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몸이 축날 정도로 피곤한데,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투표하고 출근하기가 어렵다”며 “지금까지 다닌 회사마다 투표 날 한번도 휴무나 단축근무를 한 적이 없어 투표도 못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임시공휴일인 4·11 총선 당일 상당수 업체가 정상근무를 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침해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7일 총선 당일 정상근무를 하는 업체를 제보받은 결과, 783건이 접수됐다”며 “투표일에 근무는 하지 않지만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를 열어 직원들의 투표권을 방해하는 사업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취합한 사례를 보면, 인천·경기지역의 경우 총선 당일 수학여행·수련회·야유회를 가거나 강제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중·고교도 모두 14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선거 날은 놀러가는 날, 쉬는 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헌법에 보장된 투표권을 가로막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도 이날 정상영업을 고수해, 직원 및 입점업체들이 투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규혁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10여년 전부터 대형 유통업체에 선거 날 한시간이라도 늦게 영업을 시작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특히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소외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축산업계 노동자들이 투표권 침해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투표를 할 수 없는 집단”이라며 “경총이 원청사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선거권을 청구하면 사업자는 거부하지 못하며,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이경미 최상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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