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강원도 지역에서 4·11 총선 압승을 거둔 가운데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 들머리에 원주갑 지역구 새누리당 김기선 당선자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원주/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현장/ 원주 르포
“도지사·시장까지 줬는데도 나아진 것 없더라”
“도지사·시장까지 줬는데도 나아진 것 없더라”
민주통합당 이광재·최문순 강원지사를 잇따라 당선시켜 ‘야도’로 불리던 강원도가 이번 총선에선 민주통합당에서 돌아섰다. 강원 선거구 9석 모두 새누리당에 몰아준 것이다. 특정 정당이 강원 선거구를 죄다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강원도 야당 바람의 근원지’로 꼽혔던 원주에서만큼은 승리를 자신했다. 원주 시민들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 당시 원주지역 국회의원이던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 대신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고, 이 지사 낙마로 치른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도 최 지사가 당선되는 데 중요한 교두보 구실을 했다. 2010년 선거에선 국회의원(이계진 의원 사퇴로 보궐선거), 원주시장, 원주가 지역구인 강원도의원 5명, 원주시의원의 절반을 민주당 후보들에게 ‘올인’했다.
하지만 이번엔 도의원의 총선 출마로 치른 원주지역 도의원 보궐선거에서까지도 원주시의원 출신 민주통합당 한준수(52) 후보 대신 새누리당 김기홍(33) 후보의 손을 들어줬을 정도로 ‘원주의 변심’은 무서웠다.
12일 원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총선 결과는 무능하고 오만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선거에서 야당에 남다른 애정을 내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공천 잡음과 ‘김용민 막말’ 파문 등에 따른 실망감으로 민주통합당을 원망하는 분위기까지 읽혔다. 상지대생 박주환(27)씨는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대학생에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며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과감하게 걸러냈어야 했다”고 민주통합당의 공천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통합당의 전략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들렸다. 진장철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새누리당은 총선을 대선의 전초전으로 삼아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3차례 강원도를 방문하며 보수층 결집에 성공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인물론 등에 밀리면서 진보층 결집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원주 변심의 원인을 강원도 안에서 찾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원주 호저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원치문(74) 할머니는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까지 모두 민주당으로 바뀌었는데도 나아진 건 하나도 없어. 그 나물에 그 밥이야”라고 꼬집었다. 박완식 원주시상가번영회장은 “원주시장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에이케이(AK)플라자 백화점 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약속을 어겼다”며 “플라자 개점 뒤 인근 상가의 매출이 60%가량 떨어지면서 상인들이 민주통합당에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최문순 도정’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경준 원주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최문순 도정으로 표면화된 민주당의 무능과 안일함이 이번에 새누리당 완승이란 결과로 드러난 것”이라며 “노숙투쟁 160일을 맞은 강원지역 골프장 반대 운동과 시민단체가 참여한 알펜시아 감사 실시 약속,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논란 등에 최 지사는 아직껏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주을에서 1582표 차이로 낙선한 민주통합당 송기헌 후보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등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도지사에 시장, 도의원까지 뽑아줬더니 저절로 잘되는 줄 알고 오만하게 행동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민주통합당이 잘못했다”고 반성했다.
원주/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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