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온 뒤 11일 동안 민간인 사찰을 수행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은 부지런히 전화를 돌렸다. 16일 <한겨레>가 확인한 통화목록에는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새누리당 인사, 변호사들까지 여러 인물들이 지원관실 관계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기록 가운데 2010년 6월29일부터 7월9일까지 사건 관계자 명의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보면, 민간인 사찰과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던 박 전 국무차장은 증거인멸 당시 장진수 전 주무관이 사용했던 대포폰과 통화해 명단에 포함됐다. 2009년 옷을 벗은 김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장 전 주무관이 디가우싱하기 하루 전인 7월6일 밤 9시 김충곤 전 지원관실 점검1팀장의 전화를 받아 5분 가까이 통화했다. 경감에서 명예퇴직한 김 전 팀장이 전직 고위 경찰에게 전화를 건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건 관련성이 주목된다.
새누리당 인사들도 지원관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기도 하남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현재 당선자는 한나라당 하남시 당원협의회 위원장이었던 7월4일 지원관실 점검1팀 권중기 경정과 한 통화씩 전화를 주고받았다. 장 전 주무관의 대포폰 통화내역에도 이름을 올렸던 신말용 보좌관(강성천 새누리당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5일 오후 지원관실 점검1팀 김기현 경정과 3차례 통화한 뒤 같은 날 저녁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한테도 전화를 받았다. 강 의원은 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평화은행 사외이사도 2000년 역임했다.
지원관실 관계자들은 총리실에서 검찰에 공식 수사의뢰를 한 5일 전부터 변호사들과 통화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 전 과장, 김 전 팀장, 원충연 전 조사관 등은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함귀용(법무법인 케이씨엘), 신재현(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와 11일 동안 모두 29통의 통화를 했는데, 특히 이들의 통화는 총리실이 정식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전인 3일부터 5일까지 모두 10통이나 됐다. 특히 이들은 검찰 수사 개시 이후 본격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진 6일부터 8일까지 모두 18통이나 전화를 주고받아, 이들이 증거인멸 등에 대해 변호사들한테서 법률적 조언을 구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당선자는 “권중기씨가 누군지 모르며, 통화한 기억도 없다”고 말했고, 신 전 보좌관은 “당시 보좌관이 아니었고, 관련 인물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함귀용 변호사는 “정식으로 변호인으로 선임된 다음에 통화를 했을 것”이라며 “변호인과 의뢰인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석기 전 청장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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