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 부재자 투표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투표 뒤 인증샷. 한겨레 이정아 기자
선관위 “위법”…약속글 삭제 요구
할인·경품은 합법…이중잣대 논란
할인·경품은 합법…이중잣대 논란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학교수의 투표 독려 행위는 불법으로 판단한 반면, 같은 내용의 상행위엔 면죄부를 주는 ‘이중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 익산의 원광대 이재봉 교수(정치외교학)는 11일 오전 11시께 학교 내부통신망에 ‘맛있는 점심 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부재자 투표일인 13~14일과 투표일 다음날인 20일, 학생과 교직원들이 투표를 했다는 증거를 가져오면 교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사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투표 인증샷을 보내오면 학점에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다음날 오후 전북도선관위로부터 “선거법에 위반되니 글을 삭제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230조는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면서 금전적 이익을 주는 행위’를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보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13일 새벽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어 투표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점심을 사겠다”는 내용으로 글을 고쳐 올려야 했다.
반면 선관위는 음식점이나 백화점 등이 투표한 유권자에게 할인 혜택이나 경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중앙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상점에서 투표와 관련해 행사를 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상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혜정 변호사는 “국민들의 혼란을 부르는 법 적용이다. 특히 원광대 사례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지도 않았고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일도 아닌데 지나치게 엄격한 법 적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관위 말대로면 아버지가 딸에게 ‘투표하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해도 위법이 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주/박임근, 정환봉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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