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20일 1심 법원은 피디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한 뒤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빨갱이 판사놈”이라는 욕을 들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9월2일 대법원 대법관들의 마지막 선고 직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
<26> 피디수첩 광우병 사건(상)
<26> 피디수첩 광우병 사건(상)
세상에는 별의별 재판도 다 있다.
2005년 미국에서는 창조론의 일종인 지적 설계론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지를 둘러싸고 재판이 열렸다. 어디까지가 믿음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의 영역인지는 현대 과학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밝혀져 있다.
일종의 ‘상징이자 은유’인 창조론을 과학적 ‘사실’로 가르치라니.
과학의 최첨단에 서 있다는 미국에서 창조론을 교과과정에 넣으라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 ‘사람’이란 종은 결코 우리 스스로 자부하는 만큼 이성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그 재판은 정교분리라는 헌법 원칙상 수업시간에 가르치면 안 된다고 결론이 났다.
‘창조론 수업’ 재판과 ‘수도 서울’ 재판
2004년 우리 헌법재판도 그랬다. 자신의 당파성이나 신념을 마치 객관적 법 현상이요 규범인 양 억지 논리를 끌어다 포장한 헌법재판관들도 꼭 창조론자들 같았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인 것은 관습헌법이다.’ 엄연히 성문헌법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웬 관습헌법? 듣다듣다 이런 소린 처음 들었다. 조선시대부터 600년을 내려오면서 쭉 서울이 수도였으니 관습헌법이라는 주장을 이 나라 최고 법관들이 하고 앉아 있으니 고시생들은 머리가 헛갈릴 터였다.
한술 더 떠서 헌법재판관들은 수도를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도대체 헌법 몇 조를 개정해야 하나.
이건 수도가 서울이어야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기득권층들이 법을 팔아먹은 거였다.
광우병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이익,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언론의 정부비판보도를 법정에 끌어들였다. 검사와 동업자 언론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 보도로 혜택을 받는 국민들 일부가 이 일에 나섰다.
2010년 1월20일 아침 10시, 나는 판결 선고를 들으러 법정에 갔다. 안에는 ‘어버이연합’이라는 극우단체 노인들이 진을 치고 있고, 기자들과 방청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제작한 조능희 피디 등 5명의 피고인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 옆 변호인석으로 가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판사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수많은 기록을 읽으며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제 나름 끝을 내게 되니 한편 마음이 후련하기도 합니다.” 길고 긴 선고 이유를 밝힌 끝에 “피고인들 무죄.” 피고인들과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고, 어버이연합 노인들은 소리를 쳤다. “야, 이 빨갱이 판사 놈아.”
판사는 그날 저녁부터 법원 버스로 출퇴근해야 했고, 경호원이 따라다녔다.
다음날 보수단체들은 대법원장 차에 달걀을 던지고, 판사 화형식을 하고, 조선·동아는 판사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 한나라당은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고 단독판사들이 함부로 재판하지 못하게 제도를 바꿀 것이라며 법원을 윽박질렀다.
오래전에 <래리 플린트>라는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래리 플린트는 미국 성인사진잡지 <허슬러>의 발행인이었다. 그는 산타 할아버지도 성적으로 희화화했고, 유명한 목사가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를 했다는 기사까지 썼다. 물론 정말로 그랬다는 건 아니었고 목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롱조로 표현한 거였다.
교계가 발칵 뒤집어졌고 급기야는 재판에 넘겨졌다. 우리 같았으면 당연히 명예훼손으로 엄한 처벌을 받고 민사배상도 해야 했을 거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래되어서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쁜 의견도 의견이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나쁜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나쁜 의견은커녕, 우리는 판사의 판결도 제 마음에 안 들면 집 앞에 쳐들어가 난리다.
광우병 재판의 최종 결과부터 먼저 말하자면, 방어전에서는 7전 7승.
<피디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피소를 당한 민형사재판에서 거둔 결과다.
명예훼손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았고, 미 쇠고기 수입업자, 촛불집회로 피해를 입었다는 ‘시민’, 상인들이 걸어온 손해배상 재판들에서도 모두 이기거나 상대방의 소 취하를 얻어냈다. 다만 일부 정정, 반론보도를 한 게 있으니 정확하게 말해서 7전 6승 1무라 할까.
지금은 반대로 피디들이 검사와 언론, 문화방송을 상대로 공격을 하는 재판들이 진행중이고 하급심에서 속속 승전보가 들어오는 중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변호사 노릇 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죽을 고생을 다해 재판에 이겼는데, 글쎄 의뢰인 스스로 내가 잘못했노라고 항복을 해 버렸다.
2011년 9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지 닷새 만에 문화방송은 거꾸로 이런 사과방송을 해버렸다.
엠비정부는 출범 두달 만에
‘촛불’로 결딴날 지경 되자
<피디수첩> 제작진을 공격했다
농식품부는 명예훼손 당했다며
형사소송법 절차에도 없는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받았다 재판 전적은 정확히 7전6승1무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문화방송이 스스로 항복을 했다
‘핵심 내용이 허위로 결론났습니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이번엔 피디들이 역공에 나섰다 문화방송은 사과방송을 사과하라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기획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됩니다.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언론사의 책무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나는 그날 밤 9시 뉴스데스크를 보다가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저건 바로 검사들이, 조선일보 등이, 아니 이명박 정권이 재판이 진행되던 3년 내내 문화방송을 꾸짖던 말들이 아닌가. 아니,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잘못한 게 없으니 도와달라고 내게 재판을 맡겨 놓고는, 그리고 피디들이 오랜 세월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기껏 이겨 놓으니까, 덜컥 한다는 소리가 “내가 잘못했습니다”라니. 이건 이 사과방송을 결정한 김재철 사장 이하 집행부가 정권 비위를 맞추느라 문화방송을 배신한 일종의 배임행위였다. 그 며칠 전 무죄를 선고한 대법관들이 이 사과방송을 보았다면 엄청 허탈했을 거 같다. ‘우리가 무죄라고 했는데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도대체 재판은 무얼 하러 했나. 저 사람들이 우리 사법부를 능멸하는구나.’ 그리고 사과방송 내용도 틀렸다. 대법원은 다우너 소나 아레사 빈슨 보도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한 적이 전혀 없었다. 얼마 전인 2012년 11월, 남부지방법원은 피디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두 부분이 허위라고 한 사과방송이 오히려 허위라며 다시 정정보도할 것을 명했다. 2008년 4월29일 <피디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했다. 나중에 1심 판결은 그 내용을 대략 이렇게 요약했다. “광우병 의심이 있는 다우너 소들이 불법적으로 도축되어 식용으로 유통되었다. 아레사 빈슨이 엠아르아이(MRI)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 정상인 94%가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 형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소의 특정위험물질은 모두 7가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30개월 미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만 제거하면 나머지 5가지는 들어오게 된다. 정부가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한 실태를 보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협상을 체결하였다.” 미국 도축장에 주저앉아 있는 소들을 전기충격기나 물대포로 강제로 일으켜 세워 끌고 가 도축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나는 평소 종교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 왔다. 불교는 열반을, 기독교는 죽어 천국에 가는 ‘초월’을 언제나 꿈꾸어 왔다. 하지만 다른 생명을 먹어야 이 한 몸을 보존할 수 있는 처지에 초월을 꿈꾸는 건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열반이나 천국은 ‘이 세상으로부터의 초월’이 아니고, 만물이 서로 연계되어 끊임없이 변해가므로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바로 ‘이 세상 자체’를 일컬음이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도 자기를 보존하고 번식하는 게 존재의 이유이다. 그런데 나 살자고 이 생명들을 꿀꺽하면서, 열반이고 천국이고 초월을 생각하는 건 철저한 인간 중심적, 이기적 생각이다. 왜 인간만은 꼭 열반하고 천국 가야 한다는 걸까. 존재의 조건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그저 내 입에 들어오는 생명들에게 ‘죄송하오’ 사죄하면서 조용히 입 닫고 살 일이다. 2년 전, 구제역에 걸린 소, 돼지들 수백만 마리를 땅에 묻으면서 사람들은 그 잔인함에 몸서리쳤지만 이것도 인간들이 제 찔리는 양심을 조금이나마 가려 보려는 가식일 뿐. 근본적으로 소, 돼지들 입장에서는 도축장에서 죽으나 땅에 매몰되나 인간 때문에 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방송 테이프 원본을 요구하다 하물며 쇠고기 맛있게 먹겠다고 소에게 소, 돼지, 닭고기를 갈아 먹인다니. 그래야 빨리 크고 마블링이 생겨 고기가 부드럽다고. 인간광우병이란 게 인간이 지어낸 업보다. 그런데 돈 벌려고 소에게 소 먹이고, 쓰러진 소 전기로 충격하는 돈 많은 목축업자, 도축업자들은 절대 이런 고기 안 먹을 터. 인간 세상에서도 약자들은, 동료 소를 먹고 광우병 걸린 소와 처지가 비슷하다. <피디수첩> 방송이 나가자, 한-미 에프티에이(FTA) 체결한다며 후다닥 쇠고기 수입 협상을 끝낸 이명박 정권에 대해 국민들은 광화문 거리를 온통 촛불로 덮으며 항의에 나섰다.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정권이 결딴날 지경이 되었으니, 이 싸움은 ‘수도 서울’ 헌법재판처럼 정치, 신념 투쟁의 장으로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어떤 억지 논리를 동원해서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질 거였다. 이제 방송을 만든 조능희, 김은희, 김보슬, 이춘근, 방송을 진행한 송일준 등 피디와 작가들이 죽을 차례였다. 오랜 세월 재판이라는 싸움터에 서 있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옳은 이유에서건 그른 이유에서건 남을 죽이러 나서면 반드시 자신도 죽을 생각을 해야 한다. 남 잡으면서 저 무사하려는 건 욕심이다.’ <피디수첩> 변론을 맡으면서 나는 조능희 피디한테였는지, 김은희 작가에게였는지, 이 말을 했던 거 같다.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검찰에 <피디수첩>이 명예훼손을 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가 없다. 따라서 통상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고소도 아니고 수사의뢰를 했다. 형사소송법에 수사의뢰란 절차는 전혀 없다. 정부정책을 비판했다고 담당부처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수사하는 건 민주주의의 전제인 언론의 자유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거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서 누차에 걸쳐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을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하여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가 없다.” 검찰은 이러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를 싹 무시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어차피 검찰에 법 논리는 안중에 없었고, 저 미국의 창조론자들처럼 이건 믿음, 신념,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투’였다. 검찰은 재판에선 졌지만 싸움에선 이겼다. 그 전투로 비판 언론들에 재갈을 물렸으니까. 검찰은 7월 초 제작진에게 방송 테이프 원본을 내놓고, 검찰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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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생활 30년 만에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었다.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사건 변호를 의뢰받아 재판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아냈는데, 정작 문화방송은 2011년 9월5일 ‘뉴스데스크’에서 잘못했다는 사과방송을 했다.
‘촛불’로 결딴날 지경 되자
<피디수첩> 제작진을 공격했다
농식품부는 명예훼손 당했다며
형사소송법 절차에도 없는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받았다 재판 전적은 정확히 7전6승1무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문화방송이 스스로 항복을 했다
‘핵심 내용이 허위로 결론났습니다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이번엔 피디들이 역공에 나섰다 문화방송은 사과방송을 사과하라 “대법원은 최종판결에서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로 결론 내렸습니다. 기획의도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됩니다.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점은 언론사의 책무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합니다.” 나는 그날 밤 9시 뉴스데스크를 보다가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저건 바로 검사들이, 조선일보 등이, 아니 이명박 정권이 재판이 진행되던 3년 내내 문화방송을 꾸짖던 말들이 아닌가. 아니,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잘못한 게 없으니 도와달라고 내게 재판을 맡겨 놓고는, 그리고 피디들이 오랜 세월 갖은 고초를 겪어가며 기껏 이겨 놓으니까, 덜컥 한다는 소리가 “내가 잘못했습니다”라니. 이건 이 사과방송을 결정한 김재철 사장 이하 집행부가 정권 비위를 맞추느라 문화방송을 배신한 일종의 배임행위였다. 그 며칠 전 무죄를 선고한 대법관들이 이 사과방송을 보았다면 엄청 허탈했을 거 같다. ‘우리가 무죄라고 했는데도,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도대체 재판은 무얼 하러 했나. 저 사람들이 우리 사법부를 능멸하는구나.’ 그리고 사과방송 내용도 틀렸다. 대법원은 다우너 소나 아레사 빈슨 보도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한 적이 전혀 없었다. 얼마 전인 2012년 11월, 남부지방법원은 피디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 두 부분이 허위라고 한 사과방송이 오히려 허위라며 다시 정정보도할 것을 명했다. 2008년 4월29일 <피디수첩>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했다. 나중에 1심 판결은 그 내용을 대략 이렇게 요약했다. “광우병 의심이 있는 다우너 소들이 불법적으로 도축되어 식용으로 유통되었다. 아레사 빈슨이 엠아르아이(MRI)검사 결과 인간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현재 보건당국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내 정상인 94%가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 형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소의 특정위험물질은 모두 7가지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30개월 미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만 제거하면 나머지 5가지는 들어오게 된다. 정부가 미국의 소 도축시스템에 대한 실태를 보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협상을 체결하였다.” 미국 도축장에 주저앉아 있는 소들을 전기충격기나 물대포로 강제로 일으켜 세워 끌고 가 도축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나는 평소 종교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 왔다. 불교는 열반을, 기독교는 죽어 천국에 가는 ‘초월’을 언제나 꿈꾸어 왔다. 하지만 다른 생명을 먹어야 이 한 몸을 보존할 수 있는 처지에 초월을 꿈꾸는 건 터무니없는 욕심이다. 열반이나 천국은 ‘이 세상으로부터의 초월’이 아니고, 만물이 서로 연계되어 끊임없이 변해가므로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바로 ‘이 세상 자체’를 일컬음이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식물도 자기를 보존하고 번식하는 게 존재의 이유이다. 그런데 나 살자고 이 생명들을 꿀꺽하면서, 열반이고 천국이고 초월을 생각하는 건 철저한 인간 중심적, 이기적 생각이다. 왜 인간만은 꼭 열반하고 천국 가야 한다는 걸까. 존재의 조건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그저 내 입에 들어오는 생명들에게 ‘죄송하오’ 사죄하면서 조용히 입 닫고 살 일이다. 2년 전, 구제역에 걸린 소, 돼지들 수백만 마리를 땅에 묻으면서 사람들은 그 잔인함에 몸서리쳤지만 이것도 인간들이 제 찔리는 양심을 조금이나마 가려 보려는 가식일 뿐. 근본적으로 소, 돼지들 입장에서는 도축장에서 죽으나 땅에 매몰되나 인간 때문에 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방송 테이프 원본을 요구하다 하물며 쇠고기 맛있게 먹겠다고 소에게 소, 돼지, 닭고기를 갈아 먹인다니. 그래야 빨리 크고 마블링이 생겨 고기가 부드럽다고. 인간광우병이란 게 인간이 지어낸 업보다. 그런데 돈 벌려고 소에게 소 먹이고, 쓰러진 소 전기로 충격하는 돈 많은 목축업자, 도축업자들은 절대 이런 고기 안 먹을 터. 인간 세상에서도 약자들은, 동료 소를 먹고 광우병 걸린 소와 처지가 비슷하다. <피디수첩> 방송이 나가자, 한-미 에프티에이(FTA) 체결한다며 후다닥 쇠고기 수입 협상을 끝낸 이명박 정권에 대해 국민들은 광화문 거리를 온통 촛불로 덮으며 항의에 나섰다.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정권이 결딴날 지경이 되었으니, 이 싸움은 ‘수도 서울’ 헌법재판처럼 정치, 신념 투쟁의 장으로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어떤 억지 논리를 동원해서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질 거였다. 이제 방송을 만든 조능희, 김은희, 김보슬, 이춘근, 방송을 진행한 송일준 등 피디와 작가들이 죽을 차례였다. 오랜 세월 재판이라는 싸움터에 서 있으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옳은 이유에서건 그른 이유에서건 남을 죽이러 나서면 반드시 자신도 죽을 생각을 해야 한다. 남 잡으면서 저 무사하려는 건 욕심이다.’ <피디수첩> 변론을 맡으면서 나는 조능희 피디한테였는지, 김은희 작가에게였는지, 이 말을 했던 거 같다.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검찰에 <피디수첩>이 명예훼손을 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가 없다. 따라서 통상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농식품부는 고소도 아니고 수사의뢰를 했다. 형사소송법에 수사의뢰란 절차는 전혀 없다. 정부정책을 비판했다고 담당부처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수사하는 건 민주주의의 전제인 언론의 자유를 송두리째 부인하는 거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서 누차에 걸쳐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러한 감시와 비판을 주요 임무로 하는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 비로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으며,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으므로, 언론보도로 인하여 그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하여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보도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가 없다.” 검찰은 이러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를 싹 무시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어차피 검찰에 법 논리는 안중에 없었고, 저 미국의 창조론자들처럼 이건 믿음, 신념,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투’였다. 검찰은 재판에선 졌지만 싸움에선 이겼다. 그 전투로 비판 언론들에 재갈을 물렸으니까. 검찰은 7월 초 제작진에게 방송 테이프 원본을 내놓고, 검찰에 나오라고 통보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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