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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출근시간 고작 15분 늦춰주고 투표권 보장 운운하는 노동부

등록 2012-12-18 19:52수정 2012-12-18 21:43

산하기관 한국잡월드 정상출근
“현관 앞에 투표소가 있나” 비판
논란일자 출퇴근 1시간씩 여유줘
19일 대통령선거일이 법정 공휴일인데도 많은 회사들이 정상근무를 강행해 노동자들이 투표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투표권 보장을 감시해야 할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마저 직원들의 투표시간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 직원 240여명은 19일 정상출근한다. 투표시간 조정이 어려워 아예 휴무를 신청한 직원 18명만 이날 출근을 하지 않는다. 잡월드는 대신 출근시간을 평소보다 15분 늦춰 9시15분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이 직원들의 투표시간 보장을 위해 출근시간을 고작 15분 늦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노동부 장관, 당신은 현관 앞에 투표소가 있나”라고 비판하며 회사에 항의전화를 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조폐공사도 직원들에게 19일 12시간 정상근무를 하라고 통보하면서 출근시간을 평소 8시30분에서 9시로 30분 늦췄다. 지난주 이런 통보를 받은 ㅂ씨는 “통근버스는 아침 7시20분에 집 근처에서 출발할 예정이라는 안내문도 받았다. 꼭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지런을 떨어야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조폐공사는 <한겨레>가 취재에 들어가자 18일 오후 “노사 협의로 19일 예정했던 근무를 취소했다”고 뒤늦게 알려왔다.

행정안전부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세종시 이사를 19일로 예정했다가 공무원들의 불만 여론이 일자 이사 일정을 연기했다.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사실상 완전히 박탈한 민간기업도 있다. 학습지 업체인 교원구몬은 17일부터 21일까지 4박5일 동안 충남 아산시 도고면의 한 연수원에서 신입교사 예정자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이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으면 입사를 할 수 없다. 회사 쪽은 투표하러 가겠다는 사람은 집에 보내준다고 밝혔지만, 취업 문턱에 있는 노동자가 이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교원구몬 관계자는 “사전에 워크숍 참가자들에게 공지를 다 한 것이다.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행사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노동 현장에서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시간 보장을 노동자 개인이 직접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 등 제3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투표권 보장을 협상할 수 없다.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당당하게 투표시간을 요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지난 5년간 투표권 미보장 사업장으로 신고된 사례는 11건에 그쳤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난 한 달 동안 700여건의 투표권 침해 신고를 접수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투표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하거나 투표시간을 2~3시간 연장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허재현 윤형중 조애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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