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날’ 이모저모
오전 6시 되자 투표한 뒤 병원행
“내 아이 건강하게 살 사회 되길”
마감시각 임박 도착한 유권자들
178번 대기표 받아 ‘한표’ 행사도
새누리 ‘어르신 차량 지원’ 문자
당원들에 보냈다 논란일자 사과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19일 하루 내내 전국 투표소에선 크고 작은 사건과 화제가 쏟아졌다. 예상을 넘는 높은 투표율을 달성한 유권자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울고 웃었다. 최고의 화제는 단연 ‘투표둥이’(사진)였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안희철(33) 목사의 부인 이지선(34)씨는 18일 밤 10시부터 진통을 느꼈다. 이씨는 남편에게 “내일이 선거일이니 좀더 참아보자”고 말했다. 안씨는 밤 12시께 트위터에 “아내가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온다. 6시간만 기다리면 투표할 수 있다고 해서 버티고 있다. 아가야 조금만 기다려줘. 너를 위한 한표란다”라고 적었다. 이 내용은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졌다. 안씨 부부는 아침 6시가 되자마자 투표소로 향했고, 투표를 마치고 7시30분께 병원에 도착했다. 이씨는 오후 3시16분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안씨는 “드디어 출산했다. 왜 이렇게 오래 진통했나 했더니 목에 탯줄을 2번 감고 나왔다. 울 ‘투표둥이’가 막판 투표율 쭉쭉 올려줄 거라고 믿는다. 의사 선생님은 여태 우리 때문에 기다리다 지금 투표하러 가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안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독일에서 유학을 하느라 지난 대선 때 투표하지 못해 아내가 한이 사무쳤던 것 같다. 앞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종료시각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몰려 오후 6시가 넘도록 투표가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 제3투표소에선 투표 마감시각에 임박해 도착한 유권자 179명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다 6시40분께 모두 투표를 마쳤다. 대기표 178번을 받아 투표를 마친 홍아무개(23)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4시에 퇴근해 공항철도를 타고 와서 내리자마자 뛰어왔다”며 활짝 웃었다. 이 투표소에선 오전 9시부터 온종일 100m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동사무소 직원이 전했다.
마감시각에 맞추지 못해 투표를 못한 이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주부 유아무개(35)씨는 오후 6시3분에 투표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대기표를 얻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유씨는 “온종일 투표줄이 줄지 않아 네 차례나 투표소를 찾았지만 결국 투표를 하지 못했다. 큰아이가 2살, 작은애가 1살인데 이 추운 날씨에 애들을 데리고 마냥 기다릴 순 없는 것 아니냐. 작은아이 잠들자마자 나왔는데 너무 속상하다”며 아쉬워했다.
출범 뒤 처음 선거를 치른 세종시에는 선관위가 이 지역 참샘초등학교와 한솔고등학교 등 2곳에만 투표소를 설치하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2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세종시 유권자 1만158명을 2개 투표소가 소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선거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우리 지지층을 투표하게 … (중략) 준비하신 차량을 전면 운행하여 교통 불편한 어르신 등께서 투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냈다가 사과했다.
대학 휴학생 박아무개(23)씨는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 포천고등학교 제4투표소 앞에서 “친일재벌 유신기득권층 상징 박근혜 후보 당선은 역사 퇴행”이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20분가량 시위를 벌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사칭해 새누리당 쪽에서 투표독려 전화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외수씨가 직접 트위터에 “분명한 사칭입니다. 어느 정당에서 허락도 없이 그런 짓을 하는지 제보 바랍니다”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오전 9시41분께 투표소로 이동하던 80대 노인 김아무개씨가 차단기가 내려진 철길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다 열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김씨는 “등재번호가 적힌 투표 안내문을 깜빡 잊고 왔다”며 집으로 급히 되돌아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현 윤형중 기자, 포천 원주/박경만 박수혁 기자, 사진 안희철씨 제공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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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어르신 차량 지원’ 문자
당원들에 보냈다 논란일자 사과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19일 하루 내내 전국 투표소에선 크고 작은 사건과 화제가 쏟아졌다. 예상을 넘는 높은 투표율을 달성한 유권자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울고 웃었다. 최고의 화제는 단연 ‘투표둥이’(사진)였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안희철(33) 목사의 부인 이지선(34)씨는 18일 밤 10시부터 진통을 느꼈다. 이씨는 남편에게 “내일이 선거일이니 좀더 참아보자”고 말했다. 안씨는 밤 12시께 트위터에 “아내가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온다. 6시간만 기다리면 투표할 수 있다고 해서 버티고 있다. 아가야 조금만 기다려줘. 너를 위한 한표란다”라고 적었다. 이 내용은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졌다. 안씨 부부는 아침 6시가 되자마자 투표소로 향했고, 투표를 마치고 7시30분께 병원에 도착했다. 이씨는 오후 3시16분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안씨는 “드디어 출산했다. 왜 이렇게 오래 진통했나 했더니 목에 탯줄을 2번 감고 나왔다. 울 ‘투표둥이’가 막판 투표율 쭉쭉 올려줄 거라고 믿는다. 의사 선생님은 여태 우리 때문에 기다리다 지금 투표하러 가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안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독일에서 유학을 하느라 지난 대선 때 투표하지 못해 아내가 한이 사무쳤던 것 같다. 앞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종료시각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몰려 오후 6시가 넘도록 투표가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2가 제3투표소에선 투표 마감시각에 임박해 도착한 유권자 179명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다 6시40분께 모두 투표를 마쳤다. 대기표 178번을 받아 투표를 마친 홍아무개(23)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4시에 퇴근해 공항철도를 타고 와서 내리자마자 뛰어왔다”며 활짝 웃었다. 이 투표소에선 오전 9시부터 온종일 100m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동사무소 직원이 전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인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아버지가 기표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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