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사한다면…
검찰은 두차례나 수사를 했지만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은 끝내 밝히지 못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보고라인의 꼭대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하고도 결론 내리기를 꺼렸다.
지원관실의 실체는 2008년 8월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에 집약돼 있다. 문건은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브이아이피(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원관실이 이 대통령의 ‘특명’을 수행하는 비선 조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건은 또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실→비에이치(BH·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명시했다. 보고라인의 최종 윗선에 이 대통령이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된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사실을 이미 2008년 9월에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원관실 서무로 일했던 전아무개(39) 사무관은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 “2008년 9월 말 금요일, 진경락 과장이 동자꽃(김종익씨의 블로그 아이디) 관련 건을 포함해 10건 이상을 이영호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그날 (지원관실 여직원) 유○○이 그 보고서 내용을 줄 간격 맞추고 편집하는 작업을 했고, 당시 진 과장이 내게 ‘그 보고서를 일요일 아침에 이영호 비서관이 대통령께 보고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원관실의 비선 라인은 ‘이인규 지원관→이영호 비서관→박영준 국무차장’이라며 ‘윗선’은 박영준 전 차장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검사는 박 전 차장을 불러 “지원관실 문건 중 ‘조치결과’에 ‘인사개입 추가해서 VIP께 보고(박차)’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당시 피의자가 인사개입 정보 등을 추가해서 VIP께 보고하라고 재지시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전 차장은 엉뚱한 답변을 했지만, 더 이상 검사의 추궁은 없었다.
‘입막음용’으로 건네진 돈의 출처도 밝혀지지 않았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항소심 선고 직후인 2011년 4월13일, 관봉 5000만원을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에게 받으면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준 돈”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류 관리관은 2011년 1월13일, 장 주무관과 통화하며 5억~10억원 정도의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했고 “어쨌든 (돈이) 나오는 건 청와대에서 나오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봉 5000만원 등 지원관실 직원들의 입막음용 현금을 청와대에서 마련했다는 강한 의심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류 관리관은 검찰 조사에서 “장인이 마련해준 돈”이라며 “장인은 (2012년) 1월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돈의 출처를 ‘말이 없는’ 고인에게 떠넘기는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가장 뒷말이 많았고, 또 다시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다시 수사하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원관실 비선 활동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관봉 5000만원 등 입막음용 현금이 어디서 나왔는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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