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 장의 다큐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시골길에 나타난 꽃가마 탄 신부 행렬. 비닐하우스 지지대를 이어 붙이고 나무판자를 깔아 즉석에서 만든 반짝이 풍선가마를 탄 신부는 난감해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고, 한복까지 차려입고 가마꾼을 자처한 신랑 친구들의 장난기 어린 웃음에는 고향의 정이 듬뿍 묻어난다. 신랑(43)도 신부(42)도 나이가 든 편이다. 유학 간 친구가 미국에서 결혼한 뒤 고향을 찾아오자 자신들이 보지 못한 결혼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마을회관에서 다시 치르는 결혼식 풍경이다. 인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가슴 따듯한 모습이다. 친구야, 행복하게 잘 살렴! 2012년 12월. 이순이/단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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