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서히 침잠하네
짙푸른 물이
사방을 채우거든
여기,
마른 흙냄새와
정든 이웃이 있었다고
한번쯤,
기억해주오…
따스한 봄기운이 스치던 2월27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내성천 강가 금강마을 뒤쪽으로, 영주댐 축조물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댐은 4대강 공사의 일환으로 시작돼 지난해말 본공사가 끝났다. 400여년 전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던 이 마을은 내후년 장마가 끝날 무렵이면 마을 뒷산 솔숲 만을 남긴 채 영원히 물에 잠긴다. 그나마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른 봄의 금강마을은 지금이 마지막이다. 수몰지역 주민 이주 문제와 문화재 이전 작업 등으로 물 채우기가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강의 변화와 마을공동체의 해체는 진작부터 진행되고 있다. 물이 흐르지 않는 댐 하류에는 금모래가 쓸려가 자갈이 드러나고, 풀이 자라는 초지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동 장씨 집성촌에 모여 살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대부분 떠나고, 63가구 중 10여가구만이 대체이주지 이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마을 앞을 멀리 지나가던 중앙선 평은역이 폐쇄되고, 곧이어 마을의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233호 장씨 고택 등이 철거 이전되면, 옛 마을의 모습은 물이 차오르기 전 사라진다.
영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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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침잠하네
짙푸른 물이
사방을 채우거든
여기,
마른 흙냄새와
정든 이웃이 있었다고
한번쯤,
기억해주오…
뱀처럼 굽이쳐 흐르는 내성천이 선명한 경북 영주 평은면 금광리 안내도가 걸려 있는 금광2리 노인정 사랑방에서 마을 이장을 지냈던 장정덕(69)씨 등 주민들이 젊은 시절 찍었던 흑백사진을 함께 보며 옛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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