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안에 판결’ 관련법에 규정
채동욱(54) 검찰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면서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보도의 허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 방법은 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에 대한 유전자 감식이다. 유전자 감식이 이뤄지지 않을 땐 조선일보가 제시하는 근거와 채 총장의 반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법원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관련 법이 3개월 안에 판결을 선고하라고 규정하고 있어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보도의 허위 여부만 다툰다. 허위라고 판단되면 고의·과실 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 보도의 허위 여부를 가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전자 감식이지만, 미성년자인 채군의 친권자인 임아무개(54)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임씨가 아들 유전자 감식에 동의할 경우 채 총장과 조선일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임씨 아들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법원이 촉탁한 감정기관에서 유전자 감식을 하게 된다.
임씨 또는 임씨 아들을 증인석에 세우는 방법도 있다. 채 총장 또는 조선일보가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가능하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다. 하지만 증언 역시 간접증거일 뿐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쪽이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채 총장의 주장의 핵심은 혼외아들이 없다는 것, 즉 사실의 ‘부존재’여서 입증이 어렵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이 경우 사실상 조선일보가 입증 부담을 나눠 가진다. 조선일보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혼외아들이 있다’고 주장해야 하고 채 총장은 이 근거를 깨트리는 방식으로 부존재를 입증하는 식이다. 다만 최종 결론이 50 대 50일 때에는 채 총장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1년 9월 <피디(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에 대한 정정·반론보도 청구 소송에서 “소송을 청구하는 이가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않다는 증명 책임을 부담한다”면서도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 피해자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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