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원칙·신뢰 어디 갔나”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는 ‘대국민 사기’입니다. 당장 기초연금 공약 수정안을 철회하고 애초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노인단체들과 복지단체들이 노인의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기초연금 공약 이행 촉구를 위한 만민공동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연금 공약 파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모든 노인과 중증장애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박근혜 후보의 복지 공약 중에서 핵심이었다”며 “이 공약에 힘입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이제 와서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노인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지도 않은 정책 결정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마련한 복지의 상당 부분이 후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노년유니온과 복지시대시니어주니어노동연합을 비롯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등 5개 단체와 노인 250여명이 참석한 이날 만민공동회는 기조연설과 즉석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이명묵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원칙과 신뢰’는 어디로 갔느냐.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였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복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인 빈곤율이 13%대인데 우리는 47%에 이른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공약 파기가 한국 사회의 ‘보편적 복지 흐름’에도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자웅 복지시대시니어주니어노동연합 상임의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무상급식·무상보육에 이어 보편적 기초연금을 요구하는 등 보편적 복지는 이미 이 시대의 흐름이 됐다. 국민적인 바람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이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일을 더 이상 진행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만민공동회에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참석했다. 심 의원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고생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노인들에 대한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터키 다음으로 꼴찌”라며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 것도 ‘부도수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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