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간관계·도덕적 갈등 단편에 녹인 ‘캐나다의 체호프’

등록 2013-10-10 22:29수정 2013-10-11 10:53

단편 작가로 처음 노벨문학상 받은 앨리스 먼로

1968년 첫 소설집 ‘캐나다 총독상’
정교함 속 ‘심리적 사실주의’ 특징 

“장편의 깊이를 단편에 담아냈다”
2009년엔 극찬속 맨부커상 받아

“큰 주제·작은 주제 따로 있지않아”
최근 인터뷰선 ‘단편 자부심’ 피력

독일 도서전 캐나다관 축제 분위기
은퇴작 ‘디어 라이프’ 내달 국내출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앨리스 먼로는 단편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 권위있는 상의 수상자가 되었다.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먼로는 십대 시절부터 단편을 쓰기 시작해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재학 중에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발표했다. 1951년 결혼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그는 남편과 함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빅토리아에 정착해 아직도 운영 중인 ‘먼로스 북’이라는 서점을 열었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캐나다 최고 권위의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 안팎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 뒤에 낸 단편집 <소녀와 여인의 삶>은 일종의 교양소설로서 미국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로 각색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장편소설로 오해될 정도로 서로 연결된 이야기들이 담긴 이 책은 소설 주인공들과 비슷한 처지인 여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독서치료용 교재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먼로의 저작들.
먼로의 저작들.

1972년 첫 남편 제임스 먼로와 이혼한 뒤 그는 모교에서 입주 작가 지위를 얻었으며 1976년에 지리학자 제럴드 프렘린과 재혼했다. 그 뒤 그는 평균 4년에 한 권씩 소설집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말하려 했던 것> <공공연한 비밀> <떠남> <디어 라이프> 등 13권의 단편집을 펴냈으며, 총독문학상과 길러상 등 캐나다 문학상 말고도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헨리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먼로의 단편들은 명징하고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속에 심리적 사실주의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체로 캐나다의 자그마한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관계의 긴장과 도덕적 갈등을 다룬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그는 19세기 러시아의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 안톤 체호프에 견주어 ‘캐나다의 체호프’라 불리기도 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먼로의 작품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결정적인 사건들을 묘사하는데, 그것들은 일종의 에피파니(현현)처럼 배경에 자리잡은 이야기를 알려주면서 순간의 번뜩임 속에 실존적인 질문들을 드러내곤 한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200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을 때 주최 쪽이 선정 경위로 밝힌 사유 역시 먼로의 단편 미학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담고 있다.

“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와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

먼로 자신도 지난 7월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로서의 고민과 자부심을 밝힌 바 있다.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는 제대로 된 작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초기 소설집 다섯 권을 쓸 때만 해도 장편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단편소설을 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어서, 지금은 예전보다 단편소설을 더 진지하게 취급하는 것 같다.”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큰 주제와 작은 주제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커다란 악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악과 직접적인 관련을 지닌다.”

먼로는 자신이 그저 이야기를 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이야기냐보다는 ‘어떻게’ 쪽에 더 신경을 쓴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품을 쓸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것도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쓰는 구닥다리 방식으로요. 그러나 저는 ‘일어난 일’을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우회로를 거쳐,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이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입니다.”

지난해 <디어 라이프>를 내놓은 그는 올해 초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마도”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것 같다며 은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9년에 관상동맥 회로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그 뒤 암 치료를 받아왔다. 국내에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 <떠남>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등 단편집 세 권이 번역 출간되어 있으며 <디어 라이프>가 다음달 중 문학동네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세계 최대의 책 잔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 캐나다관은 흥분의 표정이 역력했다. 케이트 에드워즈 캐나다출판협회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겨레> 기자에게 “앨리스 먼로는 최근 몇년 동안 캐나다 국민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기대해온 작가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인 그의 수상이 정말 기쁘다. 그는 주로 캐나다인들의 일상, 특히 자신이 나고 자란 온타리오의 시골 마을 일상을 담은 단편소설을 써서 많은 캐나다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프랑크푸르트/임지선 기자 b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