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 장의 다큐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저녁이 되면 엄마는 나를 등에 업고 얇은 이불보를 덮어씌워 어두운 골목길을 나서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둑해진 골목길에 들어서면 형체 없는 두려움이 등짝이라도 낚아챌 것 같아 엄마의 목을 두 팔로 꼭 끌어당겼다. 엄마의 밤마실은 병든 아버지의 이유 없는 노여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버지는 열 식구의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젊은 시절부터 일찍이 병색을 보였다. 쓸쓸하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했던 엄마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아리게 스며 있는 그림처럼.
2006년 11월 부산. 김금순 사진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