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군입대 뒤 자대 배치 13일 만에 숨진 김아무개(당시 21살)씨의 부모에게 군은 ‘금년에 오사(재앙을 입어 급사)상이 있으니 자진 사고로 2월에 급사’라고 적힌 점쟁이의 운세풀이를 보냈다.
유품서 종이 발견하고 항의
대위 “잘 맞지 않나요” 당당
대위 “잘 맞지 않나요” 당당
2001년 2월 군입대 뒤 자대 배치 13일 만에 숨진 김아무개(당시 21살)씨의 부모는 아들의 유품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금년에 오사(재앙을 입어 급사)상이 있으니 자진 사고로 2월에 급사’라고 적혀 있었다. 사주풀이였다. ‘아들이 부대 건물 3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헌병대 수사 결과에 대해 재조사를 요구하던 김씨 부모는 기가 막혔다. 사주풀이는 아들이 숨진 뒤 군부대 쪽에서 역리사한테 받은 것이었다. “사람이 죽은 마당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점괘나 받아 오는 게 상식에 맞는 행위입니까?” 김씨 부모의 항의에 이아무개 대위는 당당했다. “사주를 강릉에 가서 봤는데 잘 맞지 않나요?”
김씨의 부모는 종이에 적힌 강원도 강릉시 ㄷ철학관을 찾았다. “군복 입은 영감이 찾아와서 돈을 주면서 그렇게 써달라고 했어.” 이아무개 역리사의 말에 김씨의 부모는 부대에 항의했지만, “개인의 일탈”이라는 발뺌만 돌아왔다. 유품에 사주풀이를 넣어 부모에게 건넨 이 대위는 징계받지 않았다.
김씨의 부모는 싸움을 시작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한 군의 설명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대에 배치된 지 13일 만에 야간 경계교육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투신한 게 말이 됩니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사건을 재조사하고 순직 처리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육군 재심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 순직 처리를 기각했다.
김씨의 부모뿐 아니다. 군 수사관들은 순직 처리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거나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1998년 질식사한 박아무개 중위의 유가족은 헌병에게 50만원을 줬다고 한다. 당시 헌병이 “부검의에게 돈을 줘야 한다”고 해 준 돈이다. 헌병은 “언론에 알리지 말고 조용히 있으면 국립묘지에 안치시키겠다”고 했지만 한 달 뒤 박 중위는 변사 처리됐다. 10년 전 병사 사망 사건을 재조사하던 헌병대 수사관이 병사의 어머니에게 성적 만남을 요구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지난해 12월 드러나 국방부가 공식 사과한 일도 있다.
박유리, 대구/박승헌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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