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인 지난해 임명
당시 수사 방해 ‘직권남용’
유죄 났는데도 구두 경고 그쳐
실장 “검증 뒤 임명…문제없어”
당시 수사 방해 ‘직권남용’
유죄 났는데도 구두 경고 그쳐
실장 “검증 뒤 임명…문제없어”
국방부 검찰단의 2009년 계룡대 군납비리 수사 때 수사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보직 해임된 해군 김아무개 법무실장(대령)이 5년 만에 제자리에 돌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 법무관의 최고위직인 법무실장이 과거 비위에도 불구하고 재기용된 것은 군 사법체계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 실장은 2011년 9월 고등군사법원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011년 11월 제주 해군기지 법무담당관으로 복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다시 해군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김 실장은 2009년 계룡대 군납비리 수사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그해 12월 “권한 없는 김 실장이 군납비리 수사 기밀을 확보하고, 피의자와 만나 대책회의를 여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발표했다. 김 실장은 국방부 검찰단 소속 해군 수사관으로부터 관련자 소환 일정과 압수수색 상황을 보고받고, 택시기사의 휴대전화를 빌려 수사를 받던 4급 공무원 이아무개씨에게 연락을 하다 국방부 소속 검사에게 들켰다. 해군 소속 공무원인 이씨와 김 실장은 함께 등산을 다니고 돈거래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김 실장은 해군참모총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한 혐의도 받았다.
김 실장은 계룡대 군납비리 수사 방해 외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특수직무유기), 뇌물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교사, 강요 등 혐의로도 기소됐다. 3심 고등군사법원은 권리를 남용해 군납비리 수사 비밀을 누설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는 무죄로 결론냈다.
비록 무죄가 선고됐지만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법원이 인정한 대목도 있다. 권아무개 해군 중령에 대한 재수사 건이다. 권 중령은 해군 헌병 체포조 활동비 수천만원을 가로챈 횡령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진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실장은 새로운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권 중령을 재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김 실장이 담당 군검찰에게 무혐의를 강요해 권리를 방해했다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해군 법무실은 재수사 권한이 없는데도 수사를 재기했다. 일반적 사법처리 과정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특혜 조치로 보여진다. 재조사 과정도 형식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유도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권 중령은 김 실장의 재수사로 형사처벌 기록이 삭제된 지 3개월 만에 대령으로 진급했다.
김 실장은 징계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김 실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으나 해군참모총장은 징계기록이 남지 않는 구두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실이 입수한 ‘2009년 계룡대 근무 지원단 납품비리 사건 징계처분 결과’를 보면, 국방부 검찰단이 징계 의뢰한 11명 가운데 부사관 7명은 견책~감봉 1월을 받은 반면 위관급 장교 1명은 징계유예, 김 실장 등 영관급 장교 3명은 구두·서면 경고만 받았다.
김 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인사 검증을 받고 임명됐다. 재판에서 대다수가 무혐의로 결론 나고 일부만 벌금형을 받아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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