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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원고 “전원 구조” 말했다 번복
학부모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등록 2014-04-16 21:46

학교쪽 해경서 통보받고도
1시간40분 뒤에야 문자메시지
침몰한 세월호를 타고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는 온종일 학부모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애간장을 태우던 학부모들은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해경 쪽 통보를 받은 학교 쪽 설명에 한때 안도했으나 ‘290여명이 실종돼 수색 중’이란 발표에 망연자실했다. 특히 오후에 정차웅(17)군 등 학생들이 숨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학부모들은 발을 구르며 오열했다.

학교 4층 강당 상황실에 몰려든 학부모 500여명은 자식들의 생사를 확인해달라며 학교 관계자를 붙들고 아우성을 쳤다. 오전 11시께 배가 뒤집힌 모습이 뉴스 속보 화면에 나오자 일부 학부모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실신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딸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다 떨리는 손으로 ‘제발 잘 견뎌라. 엄마가 곧 갈게’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속을 태웠다. 구조된 한 학생이 부모와 통화가 되자 근처 학부모들이 서로 전화기를 돌려받으며 “우리 애 어딨니? 못 봤어?”라며 발을 굴렀다. 백발의 한 할머니는 “우리 손자 바닷속에서 얼마나 추울껴…. 대통령님, 구조대원님 제발 빨리 좀 구해주소”라며 가슴을 쳤다. 지역 특성상 노동자 자녀가 많은 이 학교에는 공장에서 일하다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로 달려온 학부모들도 상당수 있었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고무줄 발표’로 학부모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고 학부모들에게 알렸으나 다시 “해경이 구조 중이라는 통보를 해왔다”고 번복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잠시 환호했던 학부모들은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울부짖었다.

수학여행이 무리하게 강행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어젯밤에 아들이 전화에서 ‘안개가 심해 못 갈 것 같다’고 했다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그냥 출발한다더라’고 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수학여행을 강행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늑장 통보도 문제가 됐다. 단원고는 이날 오전 8시10분께 제주해경으로부터 ‘오전 8시30분 항구에 도착하기로 한 세월호와 연락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 쪽은 1시간40분여 만인 9시50분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국의 오락가락 발표에 가슴을 졸이던 학부모 300여명은 “이젠 아무도 못 믿겠다”며 버스 6대를 이용해 낮 12시20분께 전남 진도로 출발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15일 오후 8시30분께 인천항을 출발해,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올라 16일 낮 12시께 제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한편, 단원고는 이날 오전 임시휴교 조처를 하고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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