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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물 차오르는데 “가만히 있어라” 안내방송이 피해 키웠다

등록 2014-04-16 22:56

목포해양경찰서 대원들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 해상에서 침몰 직전 상태인 세월호에 접근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목포해양경찰서 대원들이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 해상에서 침몰 직전 상태인 세월호에 접근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목포해경 제공
희생자 왜 늘었나
배 기우는 1시간동안 6차례 방송
구조자 대부분은 움직인 승객들

승무원, 구명조끼 위치 안알려
구명 보트는 46대중 1대만 가동
사고 직후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는 2시간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16일 오후 8시 현재 사망자가 5명, 실종자가 290명에 달할 정도로 인명 피해가 컸던 데에는 승무원 등의 잘못된 초동 대처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가 기울고 물이 들어차는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선실 안내방송을 통해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했고, 이 말을 믿은 다수 승객들이 선실에 그대로 머물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이 진도체육관에서 만난 단원고 학생 박준혁(17)군은 “아침을 먹고 복도에 나와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 ‘가만히 있어라’라는 방송이 나왔고, 점차 배가 기우는 1시간 동안 모두 6차례 방송이 있었다. 20분이면 구조대가 도착한다는 방송도 나왔다”고 말했다. 오아무개(17)양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선실 안에 그대로 있었는데, 창문에 물이 찰랑거리다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제야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구조됐다”고 했다.

해병대 출신인 승객 서희건(54)씨도 “방송에서 계속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니까 피해가 더 커졌다. 나는 배가 기울고 나서 회전을 하길래 침몰의 징후라고 생각하고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안내방송대로 대부분 그냥 자리에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학생 등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비상 탈출을 위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김아무개(59)씨는 “방송에선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배가 심하게 기울길래 나는 구명조끼를 찾아 입고 선실 밖으로 나왔다. 승무원이나 안내방송이 구명조끼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고, 탈출 과정에서도 승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내방송에서 지시하는 대로 자기 자리를 지킨 승객과, 방송을 따르지 않고 자구책을 찾은 승객들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김씨는 “좌초니 침몰 중이니 하는 안내가 없으니 많은 승객들이 파도가 쳐서 배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구조된 사람들은 대부분 안내방송을 믿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승객들”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에는 25명이 탈 수 있는 구명벌(둥근 형태의 튜브 보트) 46대가 실려 있었지만, 사고 이후 단 1대만이 가동됐을 뿐 나머지 45대는 그대로 본선에 매달린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선장 이아무개(69)씨와 다른 승무원들을 상대로 인명 피해를 키운 초동 대처가 선장 이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목포/박승헌 기자, 송호균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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