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초기대응’ 논란
선박주변 떠 있는 승객 위주 구조
해경, 안전문제로 선체진입 못해
가족들 “구조 수동적 초기판단 잘못”
선박주변 떠 있는 승객 위주 구조
해경, 안전문제로 선체진입 못해
가족들 “구조 수동적 초기판단 잘못”
눈앞에서 물속으로 사라지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차디찬 바닷물 속으로 기울어가는 여객선에 아이들이 250여명이나 남아 있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봤다. 온 국민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꽃다운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던 93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말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해경과 해군이 대대적인 선체수색 작전을 벌였지만 생존자를 추가로 확인했다는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수색에 진전이 없자 사고 초기 해경의 안이한 판단과 무력한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해경의 초기 구조가 너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었다”며 “선체 내부를 여태껏 수색 한번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경의 상황 일지를 보면, 세월호는 지난 16일 오전 8시58분 조난신호를 보낸 뒤 선체가 전복되기까지 93분 동안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여객선은 9시50분 선체가 좌현 쪽으로 60도 기울어졌고, 이어 10시31분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이 사고는 아침 시간대에 일어났고, 파도도 잔잔한 편이어서 구조여건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초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해상구조와 선체수색 등을 효과적으로 진행했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해경은 침몰하는 선박 주변의 구조에 집중한 나머지 더 많은 이들이 남아 있는 선체 내부를 놓치고 말았다. 다수가 탑승한 여객선 침몰 사고였던 만큼 악조건에서도 구조활동을 펼칠 수 있는 해경특공대를 서둘러 투입했어야 했지만 안이한 판단으로 시기를 놓쳤다.
사고 초기 현장에 급파된 헬기와 경비정은 기울어진 선체를 잡고 버티던 승객과 구명복을 입고 바다에 떠 있는 승객 등 100여명을 구조했다. 구조 작전은 대부분은 이날 9시40분부터 10시30분까지 선박 주변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해경은 정작 승객 250여명이 남아 있던 선체에는 진입을 하지 않았다. ‘선체로 진입해 승객을 안정시키고 바깥으로 유도하라”는 지시는 있었으나 안전 문제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해경특공대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조난 선박은 사람이 남아 있다는 전제로 구조활동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해경특공대가 침몰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면 여러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해지방경찰청의 해경특공대 7명은 9시30분부터 목포항에서 대기했지만 10시11분에야 이동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침몰 이전에 손을 쓰지 못했다. 선체 진입을 시도한 것도 오전 11시24분 목포 122구조대였다. 이들의 진입 시도는 강한 조류 탓에 16분 만에 중단됐다. 목포 122구조대 6명은 바다의 물결이 잔잔해지는 정조시간대인 이날 오후 1시 다시 진입을 시도했지만 시야가 흐려 30분 만에 철수해야 했다.
해경은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잠수인력 555명을 소집하고 새벽에 조명탄을 밝히며 진입을 시도하는 등 뒤늦게 구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