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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하루 또 넘길 셈이냐” 구조작업 지연에 부모들 절규

등록 2014-04-17 20:24수정 2014-04-17 21:20

세월호 침몰 참사 이틀째인 17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희비가 갈리는 소식이 들려올 때 마다 울부짖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세월호 침몰 참사 이틀째인 17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희비가 갈리는 소식이 들려올 때 마다 울부짖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애타는 학부모들
진도 팽목항·실내체육관서 밤지새
사망소식에 일부 탈진 병원 실려가
‘생존확인문자’ 희망 다시 절망으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침몰한 여객선에 가장 가까운 곳,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담요 한장으로 차가운 밤바다 앞을 지키며 사랑하는 이들의 구조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17일 오전부터 비가 내린 팽목항에는 비옷과 군용 담요로 몸을 두른 실종자 가족들이 바다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밤을 지새운 이들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구조 작업 소식을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부둣가 곳곳을 돌아다녔다. 신발은 금세 젖었고, 급하게 내려오느라 갈아입을 옷도 없는 단벌 바지에는 흙탕물이 튀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망자 추가 확인 소식만이 속속 전해질 때마다 가족들은 터져나오는 탄식과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강한 비바람과 파도에 구조 작업이 지연되자 안타까움은 불만과 분노로 변했다. 이날 오전 “낮 12시30분부터 구조 작업에 다시 나서겠다”는 사고대책본부의 설명에 실종자 가족들은 격하게 반응했다. 가족들은 “시간이 없다. 1~2초를 다투는 상황이니 구조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체로 만들어서 건질 작정이냐”, “오늘이 지나면 우리 아이들은 다 죽는다”는 절규도 나왔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에서도 구조 작업이 지연되는 이유를 설명하던 해양수산부 박준영 어촌양식정책관에게 “하루를 또 넘길 셈이냐”는 거친 항의가 터저나왔다.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본부 쪽이 사용하는 표현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장민(41)씨는 “구조 작업이 아니라 수색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아이들이 이미 죽었다고 가정하고 시신을 찾겠다는 것 아니냐. 구조 의지가 정말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오후 늦게까지도 생존자 구조 소식이 들리지 않자 “이러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졌다. 이수웅(57)씨는 “현장에서는 떠오르는 시신을 건져 올리는 수준의 작업만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탈진한 실종자 가족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체육관에서 밤을 새운 일부는 체육관 바닥에 누워 링거 주사를 맞았다. 비바람 부는 팽목항에서도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밝힌 일부 사망자 명단이 잘못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족들은 희비를 맛봐야 했다.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단원고 학생 2명은 가족들이 주검을 확인한 결과 다른 학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목포 한국병원·중앙병원에 들어섰던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고교생들은 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지문을 이용한 신원 확인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함께 수습된 학생증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전날 밤부터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혼란을 준 ‘생존자가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실종자들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사고 지점에서 발신된 메시지 등은 없다. 메시지를 보낸 학생 이름은 허위이거나 도용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은 다시 절망으로 바뀌었다. 경찰은 허위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들의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진도/박승헌 서영지 최우리 기자, 목포/이재욱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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