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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도·물살 거센데 비바람까지…

등록 2014-04-17 20:34수정 2014-04-17 22:36

수중다이버들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사고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탐색선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수중다이버들이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사고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탐색선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현장 속수무책 사고 해역
군함·어선 등 100여척 몰렸지만
기상악화로 접근 쉽지않아
침몰선 주변 안타깝게 맴돌 뿐
힘겹게 바다를 가르는 경비정 천장을 빗방울이 ‘후드득’ 때렸다. 때맞춰 거센 바람까지 불어댔다.

17일 오전 8시20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 해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취재진 82명을 태운 목포해경 경비정이 진도 쉬미항을 출발한 지 1시간 만에 사고 해역에 도착한 것이다. 탑승정원이 채 30명이 안 되는 경비정은 정원의 3배 가까운 사람들을 태운 탓에 위태롭게 한쪽으로 기운 채 40여㎞를 달려왔다. 차디찬 바닷바람에 몸이 굳었다. 전속력으로 달린 경비정의 엔진 소리는 귀가 먹먹할 만큼 시끄러웠다.

10여분 뒤 “사고 해역 북방 5마일 전”이라는 경비정 정장의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계기판 속도는 18.8노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위치 전까지는 외부로 나오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정장은 거듭 강조했다.

이윽고 사고 해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뒤집어진 채 선수의 끝을 살짝 수면 위에 남긴 세월호 주변에는 군함과 경비함정, 어선 등 100여척이 모여 있었다. 그저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287명이 시커먼 수면 밑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오전 8시50분께 힘겹게 수면 밖으로 내민 세월호의 뱃머리가 보였다.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숨구멍을 내민 고래 같은 모습이었다. 뱃머리는 전날보다 수면 아래로 좀더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수심을 재는 측심기는 전날 해경 발표보다 6m가 더 깊은 43.3m를 가리키고 있었다. 만조 때여서 수심이 더 깊어진 것이라고 해경 쪽은 설명했다.

취재진의 일부가 목포해경이 제공한 다른 경비정으로 옮겨 탔다. 정장은 “배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원 초과를 걱정하는 정장 뒤로 거꾸로 뒤집힌 세월호의 뱃머리가 더 크게 보였다.

사고 해역은 온갖 배들의 전시장 같았다.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뱃머리 주변에 설치된 주황색 튜브 주위로 검은색 고무보트를 탄 해군 해난구조대와 특수전 전단, 해경의 붉은색 고속정이 쉴 새 없이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회색빛 해군 군함들과 기름 방제선, 지원에 나선 어선들, 해경 경비함정까지 인근 해역을 가득 메웠다. 취재진을 나눠 태워 몸이 가벼워진 경비정도 뱃머리 주변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잠수요원들 선체진입 끝내 불발

현장에 온 가족들은 실신…오열…
“구조 왜 이리도 더딘가
우리가 바다 뛰어들면 나설텐가”

세월호 뱃머리에 좀더 가까이 다가갔지만 구조대원들의 구조활동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뱃머리 바로 앞에는 경비정 두 척이 서로를 연결한 채 정박해 있었다. 한쪽 경비정엔 구명조끼를 입은 이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세월호의 뱃머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잠수부들이 탄 고무보트가 뱃머리 근처로 다가가긴 했지만 물속에 뛰어드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전날보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파고 1m, 시속 10㎞에 이르는 유속 탓에 물밑으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경비정은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요동을 쳤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들었다. 추위 탓에 실외활동도 오래 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한 해경은 “기상이 점차 악화되고 있어 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은 구명조끼를 입은 사체가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 어제 사고 직후에도 사체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취재진을 태운 채 한 시간 남짓 안타까운 사고 현장을 맴돌던 경비정에서 오전 10시께 “쉬미항으로 복귀한다”는 정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즈음 실종자 가족들을 태운 배가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들 실종자 가족들은 불과 10분 만에 다시 뭍으로 돌아가야 했다. 바다 위로 날아든 새 사망자 명단에 자신의 아들이 포함된 것으로 착각한 학부모가 그 자리에서 실신했기 때문이다. 한 학부모는 멀어지는 뱃머리를 보며 “우리 아들이 더 멀어졌어…. 우리 아들이 떠날 것 같아”라며 사고 해역 위에 굵은 눈물을 뿌렸다. 팽목항으로 돌아온 실종자 가족 일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구급차에 실려갔다.

현장을 찾은 유아무개(47)씨는 “사고 해역에 크고 작은 배 20~30척이 있었는데 다들 (세월호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침몰선 근처에는 고무보트만 맴돌았다. 구조가 늦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구조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애를 태웠다. 사고 해역을 찾은 가족들의 눈에 구조작업은 더디게만 보였다. 장아무개(41)씨는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민간 잠수요원들이 들어간다는 것도 막고 있다. 가족들이 다 같이 사고 해역에 뛰어들면 그때야 나설 것이냐”고 했다.

취재진이 탄 경비정이 쉬미항으로 돌아오던 중 시신 1구가 사고 선박 120m 지점에서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끄러운 경비정 엔진소리를 뚫고 차가운 바람에 실린 가족들의 오열이 가늘게 전해졌다.

진도/박기용 박승헌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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