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뒤집힌 세월호 부근에서 해경, 해군, 민간선박 등이 실종자 구조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군함·어선 등 100여척 몰렸지만
1m 파도에 수중구조 난항
침몰선 주변 안타깝게 맴돌 뿐
1m 파도에 수중구조 난항
침몰선 주변 안타깝게 맴돌 뿐
힘겹게 바다를 가르는 경비정 천장을 ‘후두둑’ 비가 때렸다.
17일 오전 8시20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7㎞ 해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취재진 82명을 태운 목포해경 경비정이 진도 쉬미항을 출발한 지 1시간 만이다. 탑승정원 30명이 안 되는 경비정은 정원의 3배 가까운 사람들을 태운 탓에 위태롭게 한쪽으로 기운 채 40여㎞를 달려왔다. 10여분 뒤 “사고해역 북방 5마일 전”이라는 경비정 정장의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계기판 속도는 18.8노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위치 전까지는 외부로 나오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정장은 거듭 강조했다.
사고해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군함과 경비함정, 어선 등 100여척이 모여 있었다. 구조를 기다리는 287명이 시커먼 수면밑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오전 8시50분께 힘겹게 수면 밖으로 내민 세월호의 뱃머리가 보였다. 숨을 쉬기 위해 물밖으로 숨구멍을 내민 고래같는 모습이었다. 뱃머리는 전날보다 수면 아래로 더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수심을 재는 측심기는 전날 해경 발표보다 6m가 더 깊은 43.3m를 가리키고 있었다. 만조 때여서 수심이 더 깊어진 것이라고 해경 쪽은 설명했다.
취재진 일부가 목포해경이 제공한 다른 경비정으로 옮겨 탔다. 정장은 “배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원 초과를 걱정하는 정장 뒤로 거꾸로 뒤집힌 세월호의 뱃머리가 크게 보였다.
사고해역은 배들의 전시장이었다.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뱃머리 주변에 설치된 주황색 튜브 주위로 검은색 고무보트를 탄 해군 해난구조대와 특수전 전단, 해경의 붉은색 고속정이 쉴 새 없이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회색빛 해군 군함들과 기름 방제선, 지원에 나선 어선들, 해경 경비함정까지 수역을 가득 메웠다. 취재진을 나눠 태워 몸이 가벼워진 경비정도 뱃머리 주변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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