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고 김기웅씨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구월동 길병원 영안실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며 문상하고 있다. 인천/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김기웅·정현선씨 눈물사연
현선씨 8년여 경력 승무원
기웅씨 4년전부터 함께 일
빈소에 활짝 웃는 두사람 사진
“늘 웃는 얼굴이었는데…”
현선씨 8년여 경력 승무원
기웅씨 4년전부터 함께 일
빈소에 활짝 웃는 두사람 사진
“늘 웃는 얼굴이었는데…”
배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온 연인이 그 배에서 현생에서의 인연을 끝냈다.
4년 동안 연인으로 지낸 김기웅(28)씨와 정현선(28)씨가 17일과 18일 하루 차이로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인천대 4학년인 김씨는 2010년 군에서 제대한 뒤 용돈을 벌겠다며 배에서 불꽃놀이 이벤트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폭죽 아르바이트에 필요한 자격증도 땄다. 여자친구인 정씨는 김씨가 세월호를 타기 4년 전부터 승무원으로 일해왔다.
이들은 4년간 인천과 제주를 수없이 오갔지만 사고 전날 김씨가 터뜨려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이 생애 마지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김씨의 사촌 형 김영규(32)씨는 “기웅이는 씩씩하고 리더십이 있어 친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조리장 최찬열(58)씨는 “정씨는 늘 웃는 얼굴로 인상이 참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평소 청해진해운에서 인천~제주 구간을 운항하는 또 하나의 여객선 오하마나호를 탔는데, 이번 사고 때는 세월호를 탔다가 자신이 불꽃을 쏘아올리던 하늘로 연인과 함께 떠났다. 김씨의 어머니 김광숙(60)씨는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땐 아들이 세월호를 탄 것도 몰랐다. 세월호 승무원인 현선이가 안전한지만 알아보고 있었는데 기웅이도 세월호에 탔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오열했다. 김씨는 출발 며칠 전 어머니에게 사줄 운동화 사진을 누나 김은영(32)씨에게 보내 어떤 게 더 잘 어울리느냐고 묻기도 했다. 은영씨는 “둘 다 이상해. 사지 마”라고 답장을 했다. 그게 마지막 연락이 돼버렸다. 은영씨는 “기웅이가 현선이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 나도 종종 만났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의 주검이 안치된 인천 길병원 빈소에는 사고 때 함께 있다 구조된 친구가 다녀가기도 했다. 통로에 있던 김씨의 친구는 물이 차오르면서 몸이 떠올라 구조됐지만 객실 안에 있던 김씨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씨의 사촌 동생인 방현수(20)씨도 사촌 형을 따라 불꽃놀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세월호에 탄 것으로 알려져 가족들의 슬픔은 갑절이 됐다. 방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날 오후 5시께 김씨의 주검이 임시 안치된 목포한국병원을 찾아온 김씨 어머니와 방씨의 어머니 김지숙(51)씨는 영안실에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김씨 주검을 확인하고 영안실 앞에 주저앉았다. “아이고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불쌍한 우리 아들….” 두 사람의 통곡이 영안실 문 너머로 크게 들렸다. 연인이 활짝 웃으며 함께 찍은 사진은 남은 이들의 슬픔을 모르는 듯했다.
목포/이재욱 기자, 박수지 기자 uk@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