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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관제센터 지시에도 ‘승객 탈출’ 안시켰다

등록 2014-04-20 20:33수정 2014-04-21 16:43

진도·제주VTS로 본 사건 재구성

세월호, 제주쪽에 구조요청 뒤
상황전달 10분, 진도쪽 교신 2분 

진도 VTS, 수차례 “탈출” 종용
구조선만 집착 대피기회 놓쳐
16일 오전 8시55분부터 9시38분까지. 제주 해양교통관제센터(VTS·관제센터)에 최초로 조난 신고가 들어간 시점부터 43분간 승객들을 최대한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허망하게 버려진 과정이 20일 공개된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 사이의 교신 기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 사고 당일인 16일 공개된 제주 관제센터(해양 수산부 관할)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과 진도 관제센터-세월호 간 교신 내용을 종합해 보면, 16일 오전 8시55분 세월호는 ‘해경에 연락해 달라. 지금 배가 넘어간다’고 제주 관제센터에 알렸다. 제주 관제센터는 오전 9시까지 5분간 해경에 사고 내용을 전파하는 한편, 세월호의 상태를 재차 확인했다. 그 뒤 세월호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진도 관제센터(해경 관할)로 사고 상황을 전달한다. 이때가 9시5분께였다.

이어 세월호는 오전 9시7분부터 9시38분까지 진도 관제센터와 31분간 모두 11차례 교신했다. 세월호는 오전 9시7분 진도 관제센터 호출에 답하면서 ‘해경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한다. 9시10분에는 ‘기울어서 금방 넘어갈 것 같다’, ‘너무 기울어서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알렸다.

진도 관제센터는 9시12분 ‘지금 승선원들은 라이프래프트(구명보트) 및 구조보트에 타고 있느냐’고 확인하는 교신을 보낸다. 세월호는 ‘아직 못 타고 있다.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오전 9시14분, 근처를 지나던 상선 ‘둘라 에이스’호가 진도 관제센터의 호출을 받고 침몰 현장 근처로 이동했다. 이 선박은 진도 관제센터에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했다. 이에 진도 관제센터는 다시 세월호를 호출해 ‘승객들이 탈출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러나 세월호의 답변은 ‘배가 많이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하다’였다. 476명의 승선자를 안에 태우고 배가 침몰하면 구조가 극히 어려울 텐데도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상한 상황 판단을 한 셈이다. 9시18분 둘라 에이스호는 ‘사람들이 (배 밖으로) 탈출을 안 하면 접근할 수 없다’고 알렸다. 승객들이 탈출하지 않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9시21분, 세월호 조타실은 여전히 구조선을 기다리며 탈출을 주저하는 정황을 드러냈다. 세월호는 ‘해경이 구조차 오고 있나?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는가’라고 진도 관제센터에 다그쳤다. 세월호는 1분 뒤인 9시22분 또다시 ‘해경이 오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는다.

9시23분 세월호로 접근을 시도하던 둘라 에이스호가 ‘대기하고 있다가 (승객들이) 탈출하면 인명구조를 하겠다’고 알린다. 진도 관제센터는 ‘방송이 안 되더라도 최대한 나가서 승객들이 구명동의와 두꺼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이에 대한 답은 하지 않고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질문하며 귀중한 시간을 계속 허비한다. 진도 관제센터는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워라. 빨리!’라고 다급하게 탈출을 지시한다. 그러나 세월호 쪽은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는 말을 다시 반복한다. 이준석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은 뱃머리에 있다가 9시40분께 구조 선박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적으로 구조 선박을 애타게 찾은 ‘효과’는 이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등 일부만 본 셈이 됐다.

앞서 세월호 선장 이씨는 19일 오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취재진에게 “당시는 조류가 상당히 빠르고, 수온도 낮았다. 구명조끼 없이 한 사람씩 퇴선하면 (조류에) 떠밀려갈 수도 있다. 당시 구조선도 없고 주위에 인명 구조하는 어선, 협조선도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용현 전 해군 충주함 함장은 “제대로 된 선장이라면 배가 기울기 시작한 오전 8시55분에는 이미 구명보트를 내리고 승객들을 탈출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탈출시키긴커녕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선장, 직접 판단해 인명 탈출시켜라” 세월호-진도관제센터 교신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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