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선박사 비리 ‘쌍끌이 수사’
항해사·조타수 등 조타기 이상 주장 사실규명 필요
선장 “담배 피우려 조타실 비워”…처벌 가능성 검토
검사장급이 지휘…해경 등 유관기관 유착도 수사
항해사·조타수 등 조타기 이상 주장 사실규명 필요
선장 “담배 피우려 조타실 비워”…처벌 가능성 검토
검사장급이 지휘…해경 등 유관기관 유착도 수사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보이는 급변침(급선회)과 관련해 3등 항해사 박아무개(25·여·구속)씨와 조타수 조아무개(55·구속)씨가 검찰 조사에서 ‘5도만 돌리려고 했는데 100도나 돌아갔다’며 기계 이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검찰과 해양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3등 항해사 박씨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조사에서 ‘조타수에게 5도 돌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박씨 지시를 받은 조타수 조씨도 ‘5도만 돌리려고 했는데 100도가 돌아갔다’며 ‘키가 고장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둘 사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며 대질조사 등을 통한 사실관계 규명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사고가 발생할 당시 선장은 조타실에 있지 않았고, 박씨와 조씨가 배 운항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선장 이준석(69·구속)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조타실을 비웠다”고 진술했다. 관제센터와의 교신도 이 선장이 아니라 1등 항해사가 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은 이 대목도 처벌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사고 발생 원인과 더불어 양대 의문점인 미숙한 대처와 관련해, 수사본부는 침몰 등 위기 상황을 대비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수사본부 양중진 부장검사는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19일) 세월호 승무원 10여명을 조사했는데, 일부 승무원들로부터 비상상황 때 (탈출 등)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관련 있는 선박회사와 선주 쪽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선주에 대한 수사 착수를 지시함에 따라 인천지검은 곧바로 김회종 2차장을 팀장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에는 주임검사인 정순신 특수부장을 비롯해 특수부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투입됐다. 정 부장은 브리핑에서 “청해진해운의 경영 상태나 직원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인천지검의 수사 참여와 관련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는 선박회사와 선주의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회사와 선주의 책임을 묻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세월호가 출항한 인천은 청해진해운의 주된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검찰은 사고 현지에 꾸려진 합동수사본부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임명했다. 이성윤 본부장(목포지청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 수사라인은 유지하되 총괄 지휘는 안 검사장이 맡는다.
이로써 수사본부는 △선원(선박 운항 및 승객 구조)과 선박 운영(승선 인원, 차량·화물 적재, 구호장비 등) △출항 감독기관(출항 당시 기상 상황, 적재 차량 점검 과정 등) △세월호 도입·증축·선박검사 과정 수사를, 인천지검은 선주·선박회사를 맡는 방식으로 ‘쌍끌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최대 주주인 유혁기, 유대균씨와 김한식 사장 등 40명가량을 출국금지한 상태다. 또 이날 오후 카카오 본사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세월호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 목표는 이런 참극이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선박회사와 해양수산부, 해경 등 유관 기관과의 유착 관계가 평소 안전 관리를 저해하고 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있는 해경까지 잠재적 수사 대상에 오른 셈이다.
목포/노현웅, 인천/박수혁, 김원철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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