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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21명 사망·실종’ 남영호 선장 금고 2년6월 그쳐

등록 2014-04-20 20:56수정 2014-04-20 22:37

과거 대형참사 책임자 형량 보니

‘부작위 의한 살인’ 아닌 ‘과실치사죄’
50명 숨진 이리역 폭발땐 징역 10년
삼풍백화점 회장 ‘살인죄’ 적용안돼
과거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때에도 어김없이 책임자 엄벌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인명 피해 규모에 견줘 실제 처벌 수위는 높지 않았다. 법정 최고형이 5년인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참사 때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사망을 불러온 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과 유사한 해상 사고로 손꼽히는 ‘남영호 침몰 사건’에서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추진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0년 12월 제주 성산포를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남영호는 전남 여천 소리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당시 남영호는 기준치(130t)의 4배가 넘는 543t의 화물과, 정원을 110명 초과한 승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이 사고로 321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업무상 과실치사 중 하나를 적용해 달라며 선장을 기소했는데, 법원은 “선장이 죽음을 무릅쓰고 사고 발생을 예견하면서까지 과적 운항을 했을 리가 없다”며 살인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금고 2년6월을 선고했다.

대형 참사에서 책임자의 부작위에 의한 범죄가 인정된 유일한 사례는 전북 이리역(현 익산역) 열차 폭발 사고다. 1977년 11월11일 밤 9시께 한국화약 호송원 신아무개씨는 동인천역을 출발해 광주로 가는 길에 이리역에서 열차를 대기시켜 놓고, 역 앞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와 열차 안에서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 초가 다 탄 뒤 다이너마이트 상자에 불이 옮겨붙는 순간 깨어난 신씨는, 불을 끄거나 불붙은 상자를 열차 밖으로 던지는 대신 열차 문을 열고 혼자 밖으로 도망쳤다.

결국, 열차에 있던 화약 1139상자(27.3t)가 폭발하면서 50여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이리시 1만3000여 가옥 가운데 9000여동이 전파 또는 반파, 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고, 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검찰은 신씨가 ‘이대로 두면 화약류가 한꺼번에 폭발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도주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법원은 같은 죄목으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법리를 검토했다. 당시 검찰이 만든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종상 변호사가 쓴 ‘살인죄에 있어서 미필적 고의’ 자료를 보면, 검찰은 △객관적 붕괴 위험의 존재 △붕괴 위험에 대한 인식 △붕괴 결과에 대한 용인 등이 충족돼야 삼풍백화점 회장과 사장 등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붕괴 위험이 존재했다는 점은 입증되지만, 붕괴 위험에 대한 인식 및 용인은 입증이 명확하지 않았다. 건물이 붕괴할 때까지 이준 회장 등이 백화점 안에 있었고, 이 회장의 큰며느리도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점포를 경영하다 붕괴 뒤 구조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회장을 살인 대신 법정 최고형이 징역(금고) 5년인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대신 별건 수사를 진행해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이 회장을 추가 기소하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돼, 결국 이 회장은 징역 7년6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김선식 김원철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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