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김초원(26) 교사의 운구 행렬이 20일 오전 화장장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 연화장으로 들어서자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수원/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 그 슬픔과 분노의 바다에서 한 줄기 빛이 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낸 대참사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보다 남, 나보다 공동체를 앞세우며 몸을 던져 살신성인을 실천한 의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의 의로운 행동은 누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들이 보여준 진정한 용기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길이 기억해야 한다.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까지 승객안전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모두 달아난 세월호에도 의로운 승무원은 있었다. 오늘 인천에서 영결식이 거행된 여승무원 박지영(22)씨는 경험이 일천한 비정규직 직원이었지만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승객의 탈출을 도왔다고 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휴학하고 승무원이 된 박씨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학생의 물음에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갈게”라고 말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사무장 양대홍(45)씨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해. 끊어”라는말을 남기고 실종됐다. 사무원 정현선(28·여)씨와 불꽃놀이 행사 담당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는데 승객을 구출하러 기울어지는 선내로다시 들어갔다가 함께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구 앞에서 학생들을 탈출시키던 단원고 교사 남윤철(35)씨는 더 많은 제자를 구하려고 선실 쪽으로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남 교사의 부친은 “끝까지 제자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 숨진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남 교사의도움으로 구조된 2학년 박호진군은 부모와 오빠를 잃고 울고 있던 권지연(6)양을 구명조끼를 입혀 함께 탈출하는 용기있는 행동을 했다. 검도 3단의 유단자인 정차웅군은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숨졌다. 조대섭군은 헬기가 도착한 뒤에도 배에 남아 친구들의 구출을 돕다 마지막으로 구조선을 탔다. 승객 김홍경(58)씨는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고 있는 와중에도 소방호스와 커튼을 묶어서 만든 구명줄을 이용해 승객 20여 명을 구했다. 이해봉(32), 고창석(40), 최혜정(25)씨 등 단원고 교사들도 최후의 순간까지 제자들 곁을 지켰다. 이들 모두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생업을 마다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에 앞장선 어민들, 거센 조류와 높은 파도,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수중 어둠 속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며, 탈진 직전까지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에 나선 해경, 해군 구조대원들과 민간 잠수부들.
작은 도움이라도 되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팽목항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자원봉사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크고 작은 헌신을 한 수많은 사람들. 이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을 준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한 사람들이다. 남의 어려움에 손을 내민 사람들, 자기희생으로 더 큰 희생을 막은 사람들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이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영웅으로 남도록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려야 한다. 그리고 더는 헛된 죽음이 없는안전한 사회, 편법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원칙이 바로 선 사회, 타인을 배려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