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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머나먼 한국땅에 와서 이게 뭐예요”

등록 2014-04-22 20:36수정 2014-04-23 10:50

세월호 참사로 남편(46)을 잃은 중국동포 최아무개(39)씨가 남편의 젖은 유품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남편(46)을 잃은 중국동포 최아무개(39)씨가 남편의 젖은 유품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
중국동포, 남편 주검은 찾았지만
유전자 검사로 신원확인 해야
중국 가족 오는 데 최소 10일 이상
“장례라도 빨리 치르게 도와달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중국동포 최아무개(39)씨는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바다밑에서 공포와 추위, 숨막힘 속에 변을 당했을 남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머나먼 한국 땅에 와서 이게 뭐예요. 우리 불쌍한 남편 어떻게 해요.”

이들 부부는 원래 중국 길림성 교하시에서 살았다. 최씨는 3년 전에, 남편은 최근에 한국으로 왔다. 중국동포인 남편 이아무개(46)씨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함께 간 일행들은 모두 구조됐지만 남편만 배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실종자 명단에 오른 남편이 살아 돌아오길 바랐지만, 남편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최씨에게 인계됐다. 남편의 주검은 깨끗했다. 어디하나 상한 데가 없었다. 최씨는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나를 불러줄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해경으로부터 남편의 빨간 지갑과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 해경은 “남편이 입고 있던 옷 안에 있던 것”이라고 했다. 바닷물에 축축하게 젖은 지갑 안에는 천원짜리 지폐 1장과 남편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22일 목포 세안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최씨는 남편의 지갑과 휴대전화의 물기를 손수건으로 계속 닦아냈다. 남편이 이승에 남긴 마지막 물건이었다. 최씨는 “이거 애기 아빠 몸에서 나온 거예요. 평생 간직할 거예요”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남편을 서울로 옮겨 장례를 치를 예정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거쳐 신원확인을 마쳐야 하는데, 중국에 있는 아들(16)과 시어머니가 한국에 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다. 최씨는 “중국에 전화를 해보니 여권이 나오는데 최소한 열흘은 걸린다고 한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고 했다.

최씨는 정부에 호소했다. “이거 다 인재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잘못했는데 왜 우리 남편이 죽어야 하나요. 억울하지만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대한민국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도와줄 수 있나요?”

목포/글·사진 이재욱 기자 uk@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포커스]촛불 시민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 아이라도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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