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증축 업체, 대형선박 첫 개조
합류 4개월 된 항해사가 조타
승무원들 안전 매뉴얼 미숙
합류 4개월 된 항해사가 조타
승무원들 안전 매뉴얼 미숙
이제까지 드러난 수사 내용을 보면, 세월호 침몰은 한꺼번에 진행되지 않았다. ‘초보’들의 미숙함이 주요 대목마다 가세하며 사태를 최악으로 키웠다.
세월호 객실 증축을 맡은 업체는 당시 대형 선박을 처음 개조해 보는 업체였다. 전남 목포의 ㅅ조선소는 2012년 8월 일본에서 들여온 세월호 증축을 맡기 전까지 5000t 이상의 대형 선박을 개조한 경험이 없었다. 이 업체는 그해 8월29일부터 이듬해 2월6일까지 세월호 선미에 객실 2개 층을 증축했다. 객실을 증축하면서 6586t이던 선박 무게는 6825t으로 무거워졌다. 승선 정원도 804명에서 921명으로 117명 늘었다. 이런 증축으로 선박의 높이가 올라가고, 선박 무게중심도 위로 올라갔다. 선체가 좌우로 흔들릴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선박이 회전할 때 선체를 바로 세우는 ‘복원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선박 증축 뒤 안전 점검을 한 한국선급 쪽은 “복원성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했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한국선급이 제대로 검사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선장 이준석(69·구속)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조타실 지휘를 맡았던 3등 항해사 박아무개(26·구속)씨는 세월호 조타실에 합류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항해사 박씨의 지휘를 받으면서 국내 최대 규모라는 6000t급 세월호의 조타기를 잡은 조아무개(55·구속)씨는 그동안 소규모 여객선의 키만 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타기를 5도만 돌리려고 했는데 100도나 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때에는 휴가 중이었지만 평소 세월호 운항을 담당하는 선장 신아무개씨는 “조씨가 과거 인천대교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해서 조타를 맡기지 않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뒤 승객들을 배에 버려둔 채 빠져나온 선장 이씨와 승무원들은 제대로 된 비상사태 대응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안전 초짜’들이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는 선장부터 말단 승무원까지 비상상황 발생 때 맡아야 할 임무가 나와 있었지만, 이 매뉴얼에 따라 안전교육을 받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구조된 세월호 승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선원 안전교육 비용으로 연간 54만1000원을 쓰는 데 그쳤다. 반면 접대비는 그 112배인 6060만원을 지출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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