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재구성에 수사 초점
선장·조타수, 변침 진술 엇갈려
선장·조타수, 변침 진술 엇갈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의 사고 원인과 구조작업 양쪽에서 승무원의 과실을 살피고 있다.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추정되는 급변침과 승무원들의 집단 탈출이 이뤄진 세월호 5층 함교(브리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수사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사본부는 우선 이준석(69·구속) 선장이 조타실을 비운 사정 등에 대해서는 상황을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선장은 “8시47분께 변침을 조타실에 정확하게 지시한 뒤 옷을 갈아입으러 5m 떨어진 선장실로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변침 각도를 지시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이 선장이 자리를 비우고 3분쯤 뒤에 배가 한쪽으로 확 기울었다고 한다. 문에 부딪혀 넘어진 이 선장이 조타실로 돌아가니, 박아무개(26·구속) 3등항해사는 한쪽으로 쓰러져 난간을 붙잡고 있었고, 조타수는 조타기를 붙들고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급변침이 일어난 뒤였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받은 1등항해사 신아무개(34)씨도 사고 원인에 대해 “변침상 실수가 있었으며, (사고 직후) 조타실 안에 선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정황은 어느 정도 확정된 셈이다. 당시 조타실에 있던 기관장 박아무개(48)씨는 배 밑바닥 기관실에 있던 기관부 선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 기관부 선원들은 승무원들만 아는 통로로 3층에 모여서 함께 탈출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장은 “조타실로 되돌아왔을 때 엔진은 이미 정지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변침과 엔진 정지, 승무원 집단 탈출은 확인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데까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먼저 배가 중심을 잃을 정도로 급변침을 하게 된 과정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조타실 안에 있었던 3등항해사 박씨와 조타수 조씨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도 “아직 급변침의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변침 과정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1등항해사 신씨도 “변침상 실수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데, 조타기를 반대로 뺐을 수도 있고 조타기가 고장났을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변침의 이유와 관련해 엔진과 발전기가 멈춰섰는지를 밝히는 것도 수사본부의 숙제 가운데 하나다. 수천t의 화물이 실린 무거운 배의 경우 30도 이상 조타기를 돌리면 과부하로 엔진이 멎을 수 있다고 해양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발전기가 함께 작동을 멈추고, 유압으로 조정하는 조타기를 재조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세월호가 침몰 직전 ‘J’자 모양으로 급선회한 이유로, 엔진 정지에 의한 조타기 조작 불능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이 선장은 “(돌아와 보니) 조타실에 있던 기관장이 엔진을 정지시킨 상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 과부하를 우려한 기관장이 사전에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것이다. 조타수 조씨는 “5도만 돌리려고 했는데 100도가 돌아갔다”며 선체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의 항적도를 복구해, 오전 8시48분37초부터 49분13초까지 36초 동안 원인 모를 정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무리한 변침에 의한 엔진 정지인지, 정전에 의한 원인 모를 급변침인지 그 선후 관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사자 진술을 최대한 받아 객관적 상황을 파악하고, 항적도 등 확보된 기록을 최대한 꼼꼼히 맞춰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도 확인되지 않는 ‘팩트’들은 세월호를 인양한 뒤까지 확인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목포/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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