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구조된 한 선원이 손에 무전기를 들고 있다.(아래쪽 작은 원) 선원들이 탈출 지점인 조타실 바로 옆에 늘어선 구명벌을 바다로 던지지 않고 탈출한 뒤 한 해경이 기울어진 배에 올라 바다로 구명벌을 던지고 있다.(위쪽 큰 원) 목포해경 제공/연합뉴스
‘골든 타임’ 놓친 총체적 부실 대응…발단은 해경이었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해양경찰청이 저지른 총체적인 직무유기·대응 부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해경 소속인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고 예방은 물론 상황 파악도 제때 하지 못했고, 해경 구조대는 초기 대응에 우왕좌왕해 인명 손실을 키웠다.
■ 해경 구조대의 ‘우왕좌왕’ 해경은 최초 신고 접수 시간을 16일 오전 8시58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에 탄 안산 단원고 학생이 이보다 6분 빠른 8시52분에 119에 침몰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전남소방본부는 목포해경 상황실을 연결했다. 22일 공개된 신고 학생과 전남소방본부, 목포해경 상황실의 3자통화 녹취록을 보면, 해경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가 뭐냐고 묻는 등 허둥댔다. 학생이 119로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119대원은 ‘신고자가 타고 있는 배냐’, ‘배 이름은 뭐냐’ 등을 묻다가 해경에 연락했다. 해경은 학생에게 “위치. 경위(경도와 위도)도 말해주세요”라고 물었다. 학생이 당황한 듯 “위치를 잘 모르겠다”고 하자 다시 “지피에스(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라고 했다. 학생이 대답을 못하자 해경은 배가 언제 어디서 출항했는지, 배 이름이 뭔지, 여객선인지 어선인지 등을 묻느라 6분을 낭비했다. 해경은 진도 관제센터에 배 이름만 알려주면 사고 위치를 알 수 있었지만 진도 관제센터에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 항해사의 신고를 받은 제주 관제센터로부터 신고 사실을 들었다. 해경이 신고 접수를 했다는 8시58분보다 8분 늦은 9시6분의 일이다.
해경구조대, 우왕좌왕 초동대처
배 이름만 알려주면 위치 아는데
진도 관제센터에 연락조차 안해
경비정은 ‘공용채널 16번’ 사용 안해 진도 관제센터 직무 소홀
관심선박이라 지켜봤다면서…
채널 끈채 운항했는데도 지도 안해
제주서 연락받기까지 이상징후 몰라 이뿐만이 아니다. 사고 지점에 처음 출동한 해경 경비정은 공용채널인 초단파무선통신(VHF) 16번이 아닌, 진도관제센터의 고유 채널인 67번으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공용채널인 16번으로 진도 관제센터와 교신하고 있었다. 결국 경비정은 선박 내부 상황을 모른 채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구조 태도는 소극적이었다. 해경은 선박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배 주변에 머물며 배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만 구조하는 데 그쳤다. 해상 사고 구조의 현장 지휘를 맡아야 할 해경이 초기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갈팡질팡한 것이다. ■ 진도 관제센터의 무책임 해상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도 책무를 소홀히 했다. 해경은 16일 오전 7시8분에 진도 관제센터 당직자가 세월호가 관제구역에 진입한 사실을 레이더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는 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선박이 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최대 벌금 3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세월호가 신고하지 않은 것은, 평소 진도 관제센터가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해경의 해명자료에는 “당직자는 세월호가 인천과 제주도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여객선임을 알고 있었다”고 나온다. 평소 하던 대로 했다는 취지다. 해경은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 주변 500m에 선박 등 장애물이 접근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도메인 워치’ 기능을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22일 “세월호는 관심 선박이어서 도메인 워치 기능을 설정해 지켜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은 전날 ‘관심 선박’이라는 세월호가 진도 관제센터가 사용하는 채널 67번과 공용채널인 16번을 켜지 않은 채 운항했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자 “세월호가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호나 무선교신을 해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월호에 사고가 발생한 오전 8시50분~54분 사이 진도 관제센터는 해역에 있는 선박들과 교신하지 않았다. 이때 레이더에 잡힌 세월호의 항적로를 봤다면 이상 징후를 간파했을 수도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 해역은 통행하는 선박이 많아 한꺼번에 수백 척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두 선박이 충돌한다면 몰라도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선회하는 것만으로 이상을 탐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외항선 선장은 “통신이 어려워도 안전사고를 탐지해 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첨단장비를 들여놓는 것이다. 해경의 관제 능력이 떨어지는지, 근무 기강이 해이했는지 엄중하게 조사해 제 역할을 하도록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목포/안관옥 기자 kmlee@hani.co.kr [관련영상] [21의 생각 #264]‘불신의 땅’ 대한민국
배 이름만 알려주면 위치 아는데
진도 관제센터에 연락조차 안해
경비정은 ‘공용채널 16번’ 사용 안해 진도 관제센터 직무 소홀
관심선박이라 지켜봤다면서…
채널 끈채 운항했는데도 지도 안해
제주서 연락받기까지 이상징후 몰라 이뿐만이 아니다. 사고 지점에 처음 출동한 해경 경비정은 공용채널인 초단파무선통신(VHF) 16번이 아닌, 진도관제센터의 고유 채널인 67번으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세월호는 공용채널인 16번으로 진도 관제센터와 교신하고 있었다. 결국 경비정은 선박 내부 상황을 모른 채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구조 태도는 소극적이었다. 해경은 선박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배 주변에 머물며 배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만 구조하는 데 그쳤다. 해상 사고 구조의 현장 지휘를 맡아야 할 해경이 초기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갈팡질팡한 것이다. ■ 진도 관제센터의 무책임 해상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도 책무를 소홀히 했다. 해경은 16일 오전 7시8분에 진도 관제센터 당직자가 세월호가 관제구역에 진입한 사실을 레이더와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는 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선박이 진입신고를 하지 않으면 최대 벌금 3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도 세월호가 신고하지 않은 것은, 평소 진도 관제센터가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해경의 해명자료에는 “당직자는 세월호가 인천과 제주도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여객선임을 알고 있었다”고 나온다. 평소 하던 대로 했다는 취지다. 해경은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 주변 500m에 선박 등 장애물이 접근하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도메인 워치’ 기능을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해경 관계자는 22일 “세월호는 관심 선박이어서 도메인 워치 기능을 설정해 지켜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은 전날 ‘관심 선박’이라는 세월호가 진도 관제센터가 사용하는 채널 67번과 공용채널인 16번을 켜지 않은 채 운항했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자 “세월호가 위험을 알리는 경고신호나 무선교신을 해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세월호에 사고가 발생한 오전 8시50분~54분 사이 진도 관제센터는 해역에 있는 선박들과 교신하지 않았다. 이때 레이더에 잡힌 세월호의 항적로를 봤다면 이상 징후를 간파했을 수도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 해역은 통행하는 선박이 많아 한꺼번에 수백 척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두 선박이 충돌한다면 몰라도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선회하는 것만으로 이상을 탐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외항선 선장은 “통신이 어려워도 안전사고를 탐지해 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첨단장비를 들여놓는 것이다. 해경의 관제 능력이 떨어지는지, 근무 기강이 해이했는지 엄중하게 조사해 제 역할을 하도록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목포/안관옥 기자 kmlee@hani.co.kr [관련영상] [21의 생각 #264]‘불신의 땅’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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