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에 따른 희상자 추모와 조속한 실종자 구조를 기원하는 취지의 ‘침묵 행진’ 행사를 경찰이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무사 생환 염원 시민 촛불’ 행사를 열어 온 서울진보연대와 전국여성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3일 밤부터 5월21일까지 동화면세점에서 종로를 거쳐 인사동에 이르는 인도를 300여명의 시민이 함께 걷는 ‘침묵 행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단체들에 보낸 ‘옥외 집회 금지 통보서’에서 “퇴근시간대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줄 것이 확실하다”며 이를 불허했다. 경찰은 해당 인도가 현행 집시법 제12조 1항의 ‘교통 소통을 위한 금지 제한’에 명시된 ‘주요 도로’에 해당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행 집시법은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해당 구간이 ‘주요 도로’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집시법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 명시하진 않고 있다. 경찰은 ‘주요 도로’에 인도가 포함된다고 판단해 이를 불허했다.
법적으로 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도로법을 보면, 인도는 도로가 아니다. 반면 도로교통법 상의 ‘도로’에는 인도가 포함된다. 어떤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주요 도로’에 인도가 포함된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경찰은 서울 시내 안의 집회와 시위 대부분을 불허할 권한을 갖게 된다. 주요 도로는 차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전국여성연대는 성명을 내어 “헌법재판소는 ‘야간 시위 금지’ 한정 위헌 결정도 내렸는데, 경찰은 이런 취지와는 반대로 실종자 가족들의 청와대 항의 방문을 가로막았고 시민들의 추모 행진마저 통제와 불허로 일관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금지통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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