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기술원 용역보고서
“여러 부서 흩어져 있는
재난관리 기능 모을 필요”
“여러 부서 흩어져 있는
재난관리 기능 모을 필요”
정부의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은 ‘컨트롤타워(총괄기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과거 대형 사고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문제를 알고 있던 정부는 지난해에는 3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용역보고서까지 작성해뒀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23일 안전행정부가 한국재난안전기술원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재난관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방안’을 보면, 2012년 9월 초기 대응 미숙으로 5명이 숨지고 피해를 확산시켰던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가 반면교사 사례로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범정부 차관회의를 열고 정부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 사고 지역 주민들은 유독가스에 시달렸고,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확산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4000여종의 위험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부서만 해도 행정안전부(현 안행부), 환경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여러 행정부서에 흩어져 있는 재난관리 기능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의 대응은 불산 누출 사고 때와 비슷했다. 안행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사이의 칸막이 행정 탓에 16일 오후 2시까지 구조자 수를 368명(실제 174명)으로 잘못 계산했다. 소방방재청 통계를 보면, 1993년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5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9건이나 되는데도 체계적 재난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또 “재난대응이 정부 주도에서 민관협력 중심의 재난관리로 바뀌고 있다”며 “협력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 가장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구조작업에 나선 민간 잠수부들은 해경과의 갈등으로 상당수가 사고 현장을 떠났다.
한편, 보고서는 “미국·일본 등은 재난관리 법령에 따라 재난관리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또는 총리가 국가재난대응체계를 총괄 지휘 및 조정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시민의 안전 보호를 위한 대통령의 책무를 선언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부실 대처를 질책만 했을 뿐,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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