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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잘 다녀오겠다 하고 갔으면 돌아와야지, 이 녀석들아…”

등록 2014-04-23 20:31수정 2014-04-24 09:22

<b>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b> 세월호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3일 오후 경기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 기념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안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 세월호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3일 오후 경기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 기념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안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세월호 침몰 참사] 임시 합동분향소 설치 첫날
애도·기원 담긴 손편지 빼곡
외신 기자 취재하다 눈물
타이 승려 등 조문객 1만명 몰려
“○○ 언니, △△ 언니, □□ 언니, 부디 좋은 곳 가세요. 16년 동안 즐거웠어 사랑해♡ 동생이….” “딸 잘 잤어? 친구들 만나 얘기하느라 못 잤으려나? 늘 그랬듯이 밝고 힘차게 지내 ^^ 엄마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23일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 어귀에는 희생자 유족과 친구, 선후배 등이 쓴 수백통의 애도 편지가 빼곡했다.

가로 38개, 세로 6개. 모두 228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실 수 있는 규모로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또래 학생을 비롯해 출근길 직장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헬멧을 눌러쓴 택배기사까지 슬픔을 나누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분향소에 들어선 한 시민은 “잘 다녀오겠다며 여행 갔으면, 이제 다녀왔습니다 하고 돌아와야지 이 녀석들아~”라고 쓴 손편지를 분향소 앞에 붙인 뒤 눈물을 훔치며 영정 앞에 다가섰다.

침통한 표정으로 줄을 지어 분향소에 들어선 시민들은 너나없이 눈시울을 붉힌 채 헌화하며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몰아쉬었다. ‘사랑하는 아들딸 미안해’라는 글귀가 쓰인 100여개의 조화가 체육관 중앙을 가득 채웠고, 제단 양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2대에서는 앳된 고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흘러나왔다.

안산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삼삼오오 고개를 떨어뜨린 채 눈물을 훔쳤다. 친구들 손을 붙들고 분향소에 들어선 교복 차림의 한 여학생은 차마 영정을 바라보지 못한 채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국경을 초월한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타이에서 달려온 6명의 승려 일행은 “그 많은 학생들의 희생이 믿기지 않는다”며 헌화했다. 또 일본과 미국·영국 등의 외신기자들도 현장에서 추모 분위기를 전했는데, 일부 기자는 중계 카메라 앞에서 녹화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 분향소에는 침몰선에서 구조됐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아무개(52) 교감을 비롯해 교사와 학생 47명의 영정이 놓여 있다. 이날 하루에만 1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는 분향소가 차려진 지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50분께 도착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직접 분향을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휴대전화(010-9145-8879)로도 추모글을 보낼 수 있도록 했는데, 벌써 3만여건이 도착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희생자 추모를 위한 합동분향소를 전국에 설치하도록 안전행정부에 지시했다.

한편, 단원고 앞에도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학생과 교사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한 여성은 남자친구의 실종된 남동생에게 보내는 글에 “너무 차가운 곳에 오랫동안 있게 한 무능한 어른들 정부가 너무 밉고 싫다. 우리 ○○이 지금 너무 무섭고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줘”라고 썼다. 한 실종자의 가족은 ‘오빠 왔어. 러시아에 있다가 연락 받고 급히 내려왔어. 정말 마음이 찢어진다. 꼭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매 순간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얼마나 무서울지 다 알아. 오빠가 늘 했던 말 기억하고 꼭 버텨. 보고 싶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라는 글을 남겼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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