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정부서도 ‘속도 불가피론’
6월 장관회의 연기 가능성
정부서도 ‘속도 불가피론’
6월 장관회의 연기 가능성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규제완화’ 기조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형국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노후선박 관련 규제완화가 지목되며 현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 역시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의 안전 강화 대책을 묻는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규제완화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석준 국토부 대변인도 “현재 규제개혁의 내용이나 범위, 숫자 등에 대해 총리실과 협의중인데, 안전과 관련된 것은 아예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도로, 철도, 항공, 건축, 특수 구조물 등의 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들은 완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재순 국토부 규제개혁·법무 담당관은 “현재 실·국·과별로 자동차나 항공, 철도 등 안전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일부 안전규제는 더 강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안전의식을 철저히 개혁하는 대책과 함께 안전을 위협하는 비정상 관행과 제도, 규정을 전수조사·발굴해 목록화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적어도 안전 관련 규제 완화는 섣부르게 손을 대지 못하게 될 분위기다.
6월로 예정됐던 무역투자진흥회의와 규제개혁장관회의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월 회의는 추이를 보면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누구도 회의에서 검토될 규제완화 내용에 대해 무게를 둬서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회의를 주재하고, 그 모습을 방송으로 생중계해 ‘규제완화’ 여론몰이에 나선 회의다. 무역투자진흥회의는 ‘규제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대기업들이 ‘민원’을 해결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사회 전체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안전 관련 규제를 비롯해 환경, 의료, 교육, 노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전개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요구에 맞는 규제를 풀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강조했던 ‘엠비’(이명박)정부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국민의 생명이나 삶의 질에 재앙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규제완화와 관련해 정부가 속도전이나 일방주의로 가면 굉장히 위험하고 성공한 사례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소연 김규원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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