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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잠수요원 “탁자에 낀 주검들 안 빠져…울면서 작업”

등록 2014-04-25 22:05수정 2014-04-26 10:53

25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민·관·군 잠수사들이 정조 시간에 맞춰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25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 해상에서 민·관·군 잠수사들이 정조 시간에 맞춰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참사
수색 작업 시작 이후 처음으로 ‘물밑 상황’ 공식 브리핑
배가 왼쪽으로 기울자 승객들 오른쪽 객실로 피신한 듯
대책본부, 돌려보냈던 다이빙벨·민간잠수부 다시 투입
“객실 의자와 탁자 사이에 끼어 있는 시신들이 있다. 빼려고 해도 안 빠진다. ‘아저씨가 좋은 데 보내줄게, 좀 나와줄래’ 이렇게 말하며, 울면서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열흘째인 25일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요원들이 수색 상황과 관련한 공식 브리핑을 열었다. 수색·구조 작업이 시작된 뒤 잠수요원들이 직접 언론에 설명을 한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출신으로 천안함 침몰 당시 함미 쪽 인양 작업에 참여했다는 전광근씨는 주검 수습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씨는 “객실 문틈에 구명조끼가 끼인 시신은 구명조끼를 벗긴 뒤에야 수습이 가능하다. 이럴 때는 (부력이 약해져서) 잠수요원 2명이 함께 시신을 들고 올라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의 상당수는 사고 당시 배가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반대편인 오른쪽 객실과 공간으로 피신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해역 현장에서 해군 지휘를 맡고 있는 김진황 대령은 “31명이 묵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4층 객실에서 희생자 48명이 나왔다. 학생들이 우현 쪽으로 피신했던 것 같다. 이런 피신 상황 등을 기반으로 수색 지역 우선순위를 정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합동구조팀은 전체 111개 격실 가운데 3분의 1 정도인 35개 격실 수색을 마쳤다. 합동구조팀은 4층 선수 쪽에 실종자 45명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의 격실을 집중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색 작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면을 향하고 있는 우현 쪽은 창문을 깨고 들어가 수색이 수월했지만, 해저에 붙은 좌현 쪽으로 이동하려면 복잡한 선체 내부를 헤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선내 복도의 폭도 1.2m 정도에 불과한데다, 공기통까지 메고 통과해야 한다. 수심도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10m 이상 깊은 48m 지점도 있다고 한다. 주환웅 해군 상사는 “배가 (옆으로) 누워 있다. 문은 열리지도 않고 시야가 너무 제한돼 있다. 부유물이 너무 많은데, 이를 헤쳐 나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령은 “절단기로 선체 등을 잘라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에어포켓(선내 공기층)은 처음 뒤집혀 있었을 때는 분명히 남아 있었을 텐데 점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색팀과는) 별개 팀이 선체 인양에 대비한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면 (수색에서 인양으로) 전환했을 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인양 전문가를 초빙해 조언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논란이 됐던 ‘다이빙벨’과 민간 잠수부들을 수색에 투입했다. 전날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 끝에 투입이 결정된 민간 잠수부들은 합동구조팀과는 별도의 팀을 꾸려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 구조팀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해군의 ‘지휘’를 받았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장은 “해군 장비를 지원받아 오전에 새로 가이드라인을 내렸다. 새벽에 15명이 투입됐고 오후에는 12명의 민간 잠수부가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전날 밤 투입이 결정된 다이빙벨은 오전 8시30분께 전남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뒤 다시 사고 해역으로 옮겨졌다. 다이빙벨은 수면 위에서 직접 공기를 공급하는 종 모양의 철제 구조물로, 이 안에서 잠수요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공기통을 직접 메고 잠수하는 방식보다 장시간 수색이 가능하다. 다이빙벨을 사용하면 현재 20~30분인 작업 시간을 1시간 정도까지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구조팀은 깊은 수심에서는 다이빙벨을 활용하고, 얕은 수심에서의 수색은 기존처럼 공기통 잠수요원들을 활용하는 ‘투 트랙’ 수색을 벌이기로 했다. 26일 새벽에는 미국 해군 구조함(3335t)이 도착해 수색을 지원하게 된다.

이날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 뒤에도 연안여객선 안전 관리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보도(<한겨레> 4월25일치 1면)와 관련해 “모든 탑승자에게 전산 발권을 실시하고 승선자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즉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진도/박승헌 박기용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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