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장 이준석씨(위 다리 나온 이)가 지난 16일 기울어진 배의 조타실에서 속옷 차림으로 서둘러 탈출하고 있다. 아래에서 해경이 선원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꼼짝달싹 못했다던 진술과 배치
문 하나 열면 되는 3층 객실에도
탈출하란 말 안알리고 빠져나와
선장 “평소 잠그지않는 문” 밝혀
생존 승무원 아무도 구호활동 안해
문 하나 열면 되는 3층 객실에도
탈출하란 말 안알리고 빠져나와
선장 “평소 잠그지않는 문” 밝혀
생존 승무원 아무도 구호활동 안해
승객들은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먼저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선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올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27일 검경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승무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침몰 당시 한 1등항해사는 운동복 바지에 러닝셔츠만 입은 채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선실로 돌아가 웃옷을 걸치고 나온 뒤 구조됐다. ‘꼼짝달싹할 수 없어 승객을 구조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식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행동이다.
앞서 일부 승무원들은 직통전화로 위기 상황을 공유하며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탈출해 해경 구명정에 가장 먼저 구조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3층 기관사 침실에 모인 승무원 7명은 불과 10m 거리인 4층에 학생들의 객실이 있었지만 ‘객실 안에 머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와중에 자신들만 탈출했다.
문 하나만 열면 연결되는 3층 객실에 탈출하라고 알리지도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일부 승무원들은 선원실과 객실 사이의 레스토랑 문이 잠겨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이준석(69·구속) 선장은 “그 문은 평소 닫아놓을 뿐 잠그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장도 승객들에게 탈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배가 기울어 꼼짝할 수 없었다’는 책임회피성 진술을 한 바 있다.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 중에는 수사본부 조사에서 “해경 구명정에 탄 뒤 해경과 함께 구조하려고 했다”고 진술한 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막은 유리창을 깨려면 비상망치 등 도구가 필요했다는 점을 보면, 탈출 승무원들이 실제 구조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는 게 수사본부의 판단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생존 선원들 중에 승객 구호에 나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26일 밤 유기치사와 구난구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조타수 박아무개(59)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승객을 버리고 생존한 선박직 선원 15명은 전원 구속됐다.
한편 수사본부는 선장 이씨 등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과 교신하는 와중에 인천의 청해진해운 해무팀에도 전화로 사고 상황을 보고한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본부는 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 등이 상황에 적절한 대응 조처를 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수사본부는 또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규정에 어긋나게 많은 화물을 싣고도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한 것처럼 꾸민 사실이 확인되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김원철 기자, 목포/노현웅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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