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비판글 SNS에 일파만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정부의 초동대응·수습 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이 28일 오전 현재 접속이 마비됐다.
정아무개씨가 27일 오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글이 SNS에서 번지며 오전 10시30분 현재 조회수가 40만건이 넘으며 발생한 일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 글에 공감한 누리꾼들이 정부·대통령을 향한 비판글도 폭주했다.
정씨는 해당 글에서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본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했기 때문이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로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며, 대통령이 리더로서 구조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달려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그런 일이나 ‘잘 못하면 책임자를 엄벌에 처한다’며 호통 치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을 구하는데 돈이 문제냐 하지만, 실제 그 행동자가 되면 달라진다”면서 “리더라면 밑의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만약 리더가 너 이거 죽을 각오로 해라, 해내지 못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협박만 하고 비용도 책임져주지 않고, 안 될 경우 자신의 책임을 피한다면,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 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이런 말은)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두 번째로, 정씨는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쌍용차 분향소 철거와 ‘세 모녀 자살 사건’ 등을 제시하며, “평소 시스템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를 하면 밑의 사람들은 헷갈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지시가 없어도 척척 움직인 건 구조 활동을 멈추고 의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재빨리 불리한 소식들을 유언비어라 통제할 줄 알았던 사람들, 선장과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 사람들”이라며, “이것이 이들의 평소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로 주목받는 특정 종교의 특징으로 “단 한 번의 회개로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잘못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꼽으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은 이들과 다르지 않다. 사람에 대해 아파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은 더더욱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글을 맺었다.
청와대 누리집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쓰려면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을 통해 실명인증을 하는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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