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삭제 요청한 뒤 직접 글 2건 삭제
원본 글 사라졌지만 누리꾼들 다시 올려
원본 글 사라졌지만 누리꾼들 다시 올려
28일 오전 11시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아이디 ‘운영자’가 쓴 ‘정00님 게시글 삭제에 대한 안내’란 글이 공지로 게시됐다.
게시판 운영자는 해당 글에서 “정00님은 27일 오전 9시51분에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28일 오전 8시53분에 ‘글 삭제를 원합니다’라는 글을 다시 올려 삭제를 요청했다”면서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 운영자는 댓글과 안내 메일로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본인이 작성한 글에 대해서는 본인만이 삭제할 수 있습니다. 삭제를 원하실 경우에는 실명 인증을 거친 후 직접 삭제하시면 됩니다’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정씨가 본인 글 2건을 직접 삭제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쪽은 글쓴이가 삭제를 요청하는 글에서 “어제 글쓴이입니다. ‘당신이 대통령이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올렸는데 페이스북에서 퍼온건데 이렇게 반응이 클지 몰랐습니다. 파란을 일으킨 점 죄송합니다. 운영자분께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글 삭제해주세요”라고 썼다고 전했다. 해당 글은 영화감독인 박아무개씨가 지난 25일 본인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 접속이 많아서 오락가락한다”면서 “특정 글이 올라왔고 그 글에 대한 조회수가 많았는데 본인이 글 삭제를 원한다고 해서 (게시판) 관리자 명의로 (삭제 방법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원본 글은 사라졌지만, 몇몇 누리꾼들은 해당 글 전문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게시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누리꾼들이 몰려 오전 한 때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28일에만 오후 2시 현재까지 글 450여건이 올라왔다. 청와대 누리집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쓰려면 공인인증서나 아이핀을 통해 실명 인증을 하는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글쓴이 이름이 실명으로 공개된다.
한편 정아무개씨가 27일 오전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제목의 글은 SNS에서 번지며 28일 오전 10시30분 조회수가 40만건이 넘겼으며, 정씨 글에 공감한 누리꾼들의 정부·대통령을 향한 비판글도 폭주했다.
해당 글은 “숱한 사회 운동을 지지했으나 솔직히, 대통령을 비판해본 적은 거의 없다.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는 너무 쉽고 공허했기 때문이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수행해야 할 아주 중요한 몇 가지를 놓쳤다”며 시작된다.
글쓴이는 첫 번째로 “대통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지도 몰랐다”며, 대통령이 리더로서 구조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은, 달려가 생존자를 위로한답시고 만나는 그런 일이나 ‘잘 못하면 책임자를 엄벌에 처한다’며 호통 치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람을 구하는데 돈이 문제냐 하지만, 실제 그 행동자가 되면 달라진다”면서 “리더라면 밑의 사람들이 비용 때문에 망설일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 만약 리더가 너 이거 죽을 각오로 해라, 해내지 못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협박만 하고 비용도 책임져주지 않고, 안 될 경우 자신의 책임을 피한다면,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누군가 그런 문제들을 책임져 주면 달라진다. ‘비용 문제는 추후에 생각한다. 만약 정 비용이 많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진다’ (이런 말은) 어떤 민간인도 관리자도 국무총리도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썼다.
두 번째로, 글쓴이는 “평소 사람의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잘못된 의제를 설정한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쌍용차 분향소 철거와 ‘세 모녀 자살 사건’ 등을 제시하며, “평소 시스템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를 하면 밑의 사람들은 헷갈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지시가 없어도 척척 움직인 건 구조 활동을 멈추고 의전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 재빨리 불리한 소식들을 유언비어라 통제할 줄 알았던 사람들, 선장과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방향으로 여론몰이를 한 사람들”이라며, “이것이 이들의 평소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책임을 질 줄 모르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로 주목받는 특정 종교의 특징으로 “단 한 번의 회개로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잘못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꼽으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은 이들과 다르지 않다. 사람에 대해 아파할 줄도 모르는 대통령은 더더욱 필요 없다. 진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원한다”고 글을 맺었다.
온라인뉴스팀
‘대독 총리’ 사퇴로는 대통령 책임 못덮는다 [성한용의 진단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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