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이 28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챙겨 나오고 있다. 목포/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승무원에 국민 분노 향할 장면 공개
검찰 “수사 증거물 공개, 원칙 위반”
첫 구조활동 함장 언론 앞에 세워
‘영웅적 행동’ 설명 나서기도
검찰 “수사 증거물 공개, 원칙 위반”
첫 구조활동 함장 언론 앞에 세워
‘영웅적 행동’ 설명 나서기도
세월호 사고 초기 허술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해양경찰이 적극적인 해명 행보로 수사의 예봉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조 동영상을 뒤늦게 공개해 이미 구속된 세월호 승무원들의 탈출 모습에 관심을 쏠리게 하고, 구조에 나선 대원들의 언론 인터뷰까지 주선했다.
사고 직후 해경은 방어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우선 전남 진도 앞바다를 관할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온 국민의 눈이 사고 원인에 쏠렸지만 “진도 관제센터 교신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한겨레>를 시작으로 언론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사고 나흘 만인 20일에야 진도 관제센터 교신 기록을 공개했다. 해양수산부가 직접 관할하는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사고 당일 교신 내역을 공개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첫 구조 활동에 나섰던 해경 123경비정 대원들과의 인터뷰 시도나 접촉은 차단됐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칼끝이 해경을 겨누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수사본부는 28일 오전 10시30분께 목포해경 상황실을 5시간여 동안 압수수색했다. 국정원·국세청·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을 제시하고 사실상 ‘임의제출’받곤 하는 관행과 달리, 이날 압수수색은 ‘강제수사’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목포해경 상황실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함께 근무일지와 당직서류 등 두 상자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목포해경은 사고 당일 아침 8시52분께 최덕하(17·사망)군의 신고 전화를 연결받은 뒤 허둥지둥 대응해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압수수색을 당하자 해경의 태도가 돌변했다. 갑자기 수사본부에 증거물로 제출한 구조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영상엔 팬티 차림의 이준석(69·구속)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무책임한 탈출 장면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동영상은 구조선에 탑승한 해경 대원이 개인 휴대전화로 찍은 원본이다.
해경은 또 현장에 처음 도착해 구조에 나선 123경비정의 정장 등 승조원들을 언론 앞에 세웠다. 김경일 정장은 “세월호에 도착한 뒤 ‘승객 여러분 바다에 뛰어내리십시오. 퇴선하십시오’라고 방송을 했고, 그 방송을 듣고 나온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해경이 보인 행동의 위법성을 찾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해경의 초동 대처가 적절했는지, 위법성은 없는지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경의 동영상 공개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상돈 수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증거물을 재판 전에 공개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해경 윗선에서 동영상 공개 등을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목포/노현웅 김영동 기자 goloke@hani.co.kr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첫 촬영 영상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