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하루 종일 비가 내린 28일 낮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참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국 17개 시·도 분향소
서울 분향소, 점심시간 1000명 발길
광주 분향소에 5·18 당시 사진 걸려
“광주 시민 고립 경험 동질감 커”
전남·충남·세종 등 조문 행렬 계속
서울 분향소, 점심시간 1000명 발길
광주 분향소에 5·18 당시 사진 걸려
“광주 시민 고립 경험 동질감 커”
전남·충남·세종 등 조문 행렬 계속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13일째인 28일 전국 17개 시·도청 소재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와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시민분향소엔 하루종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먹먹한 가슴을 부여안고 멍한 날을 보내고 있다. 어른인 것이 부끄럽다”며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쳤다.
28일 오후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2층 백제실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안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의 글이 적힌 노란 쪽지 수백장이 붙어 있었다. 시민분향소 한켠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집회 장면을 담은 대형 사진이 걸렸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당시 외부와 단절돼 고립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세월호 침몰 참극으로 큰 상실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더욱 큰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인 전남지역에서도 경기도 안산 못지않은 숙연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먼 바다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연민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두고 있는 고광철(46·목포시 옥암동)씨 부부는 “요즘엔 딸을 더 꼭 안아주고 있다. 다들 내 딸같이 소중한 아이들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미안할 따름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도 이날 우산을 쓴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까지 모두 16만3551명의 조문객이 찾았던 이곳에는 이날에도 1만여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넋을 위로했다.
비가 내리는 평일인데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1000여명의 추모객이 다녀가는 등 직장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을 위해 티슈를 한 장씩 뽑아 나눠주기도 했다. 추모를 마치고 흐르는 눈물을 닦던 정헌정(24)씨는 “마음이 너무나 아파 이곳을 들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홍익디자인고에 재학 중인 김유진(18)양은 “지난해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와서 친구들끼리 그때 사진을 보며 즐거워했는데, 비슷한 또래인 (단원고) 학생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충남도청이 있는 충남 홍성군 내포 새도시는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은데도, 이날 빗길을 뚫고 도민 450여명이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청양군과 홍성군 노인회는 수십 명씩 단체로 도청 본관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오전부터 죽림어린이집 아이들 80명이 작은 손을 모아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등 오전에만 시민 500여명이 다녀갔다. 전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유리문에는 김철모씨의 추모시 <정말 미안하오>가 내걸렸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엄마를 부르고 아빠를 부르고 온가족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렀을/ 희생자들의 외침…부디 살아 돌아오소서/ 부디 영면하소서/ 부디 마음 굳건히 먹으소서.’
광주 안산/정대하 김일우 기자, 음성원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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