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부 카톡메시지 분석 결과
세월호 선체가 옆으로 완전히 드러누운 상황에서도 구조를 간절히 기다린 실종자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확인됐다. 메시지 송신 시각은 16일 오전 10시17분이었다. 해경 구조선이 도착하고도 40여분이 지난 뒤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8일 세월호 승객들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실종된 단원고 학생이 오전 10시17분에 보낸 게 가장 나중에 발신된 메시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실종자가 이보다 조금 앞서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기다리라는 안내방송 이후에 다른 방송을 안 해준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해경이 공개한 이 시각의 구조 동영상을 보면, 세월호의 선체는 100도 이상 기울어 절반이 물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마지막 생존자 구출 시각은 3분 뒤인 10시20분께다. 이후 선체가 급속히 가라앉아 카카오톡 메시지는 더이상 외부로 전송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에게 탈출 안내방송을 해야 할 이준석(69·구속) 선장 등은 실종자가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 30여분 전 이미 구명정에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이 조타실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호출을 7분 넘게 무시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진도 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을 보면, 관제요원은 오전 9시41분 조타실을 두 차례 호출한다. 3분 전까지 교신하던 조타실은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경 영상을 보면, 일부 승무원들은 9시48분까지 조타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동영상에는 9시43분께 승무원 한 명이 조타실에서 내려보낸 밧줄을 잡고 갑판으로 나와 있는 모습이 보인다. 9시44분 세월호에 오른 해경이 조타실 입구 앞의 구명벌들을 펴려고 접근했지만, 이 승무원은 바라보기만 할 뿐 돕지는 않는다. 이 승무원은 진도 관제센터가 알려준 해경 123정 도착 시간에 맞춰 조타실 밖에서 위치를 알린 것으로 보인다. 교신 기록에는 9시26분께 관제요원이 “경비정이 10분 이내에 도착할 것”이라고 알린 것으로 나온다.
그를 확인한 해경은 곧바로 조타실 쪽으로 이동해 구조작업을 펼친다. 이 승무원은 그제야 조타실 안쪽의 승무원들에게 나오라고 손짓한다. 조타실에서 나온 승무원 3명, 그리고 선장 이준석씨가 맨발에 트렁크팬티 차림으로 해경 등의 도움을 받아 123정으로 올라탄다. 9시45~46분께였다. 이때 관제센터는 다시 조타실을 6차례 호출했지만 답신은 없었다. 9시48분에 조타실에서 남자 승무원 2명, 여자 승무원 1명이 밧줄을 타고 나와 구명정에 오른다. 조타실의 승무원들이 관제센터에 상황을 보고하는 대신 탈출 준비에만 열중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해경은 초기에 승무원들만 구조했다는 논란이 일자 “승무원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런 모습은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한 단원고 학생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제이티비시>(JTBC)가 보도한 학생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면, 학생들은 배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하자 “내 것을 입으라”며 구명조끼가 부족한데도 친구에게 양보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목포/노현웅 기자 watchdog@hani.co.kr
‘대독 총리’ 사퇴, 대통령 책임 못덮는다 [성한용의 진단 #266]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