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합동수사본부 수사상황
견습업체 개조 의혹 확인중
‘해경 수사’ 사고원인 수사뒤로 미뤄
견습업체 개조 의혹 확인중
‘해경 수사’ 사고원인 수사뒤로 미뤄
“세월호는 뒤집어진 오뚝이였다.”
검경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29일 오뚝이처럼 복원성(배가 기울었을 때 균형을 되찾는 능력)을 가져야 할 이 배가 처음부터 뒤집어질 ‘운명’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선박 개조, 과적, 느슨한 고박(화물 고정) 등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복원력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선박직 승무원 15명을 모두 구속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원인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이에 따라 처벌 폭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상습 과적? 누구 책임인가 세월호는 여객선이라기보다 화물선에 가까운 배였다. 연안해운의 화물 운송량은 출항 때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해 짐을 내릴 때 기록하는데, 세월호는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 지난해 2월 이후 1년2개월여 동안 단 두 차례만 빼고 과적 운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적을 할수록 복원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본부는 상습적 과적 운항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특히 청해진해운 직원이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에 ‘알려준 화물 적재량보다 짐을 더 실어도 되는지’를 문의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이 직원이 청해진해운 김아무개 대표의 지시로 화물 적재량을 문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개조 과정의 문제점은?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세월호를 들여온 뒤 굴뚝이 있던 후미 부분을 집중 개조했다. ‘돈이 되는’ 여객 정원을 늘리기 위해 너비 30m에 이르는 선실 2개 층을 증축한 것이다. 개조에는 4개월이 걸렸다. 이 결과, 선박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 무거워졌고, 여객 정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116명 늘었다. 이 공사를 맡은 조선소는 전남 목포의 ㅆ사다. 이 업체는 5000t급 이상 선박의 개조를 해본 적이 없는 ‘견습’ 업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사본부는 ㅆ사 간부 등을 잇따라 소환조사하는 등 불법 개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ㅆ사의 개조 행위보다 설계 과정과 구조 변경 승인 쪽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ㅆ사의 경우 도면대로 시행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조 뒤 승인 과정이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설계의 적정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평형수는 채워져 있었을까? 선박의 복원력은 배 밑바닥의 평형수에서 나온다. 선박들은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맑은 물과 연료 수백t을 밑바닥에 저장하고, 바닷물도 따로 밑바닥 탱크에 저장해 평형수로 사용한다. 오뚝이처럼 무게중심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배가 기울 때 배출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월호는 평형수를 가둬야 할 밸러스트 탱크를 비우고 운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현직 항해사는 “세월호 정도 크기의 배가 5~10도 변침에 확 기울었다면, 평형수가 거의 비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된다”며 “특히 연안 화물선박은 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관행적으로 평형수를 비우곤 한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만재흘수선(선박이 잠기는 깊이를 알려주는 선)을 육안으로 관찰해 과적 여부를 판정하는 출항 절차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출항 때 만재흘수선만 잠기지 않으면 평형수는 당연히 실려 있을 것으로 전제하는 관행이 문제”라며 “이와 관련된 유착관계 역시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 해경 수사는?…해상교통시스템도 고장 수사본부는 해경의 초동 조처가 적절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고 당시 세월호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었다. 목포해경 상황실은 최덕하(17·사망)군의 신고를 받고도 우왕좌왕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선박의 급선회와 속도 변화 등 비정상 운항을 자동 감지하고 경보를 전파하는 해경의 ‘지능형 해상교통관리 시스템’이 고장 상태였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본부는 해경 수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해경과의 합동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원인을 밝히고 이를 둘러싼 해운업계 관행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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