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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끝내 안켠 조타실 마이크…‘구조선 1척’ 알고 생존본능 작동?

등록 2014-04-29 20:15수정 2014-04-30 10:11

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구조된 한 선원이 손에 무전기를 들고 있다.(아래쪽 작은 원) 선원들이 탈출 지점인 조타실 바로 옆에 늘어선 구명벌을 바다로 던지지 않고 탈출한 뒤 한 해경이 기울어진 배에 올라 바다로 구명벌을 던지고 있다.(위쪽 큰 원) 목포해경 제공/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구조된 한 선원이 손에 무전기를 들고 있다.(아래쪽 작은 원) 선원들이 탈출 지점인 조타실 바로 옆에 늘어선 구명벌을 바다로 던지지 않고 탈출한 뒤 한 해경이 기울어진 배에 올라 바다로 구명벌을 던지고 있다.(위쪽 큰 원) 목포해경 제공/연합뉴스
선원들 ‘고의로’ 승객 탈출 안시켰나
“퇴선 방송 불가능” 교신과 달리
당시 조타실서도 방송 가능 드러나
탈출 전 옷 갈아입고 밧줄 연결
승무원 신분 속이는 등 고의성 의혹
세월호 침몰 당시 동영상이 속속 공개되면서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승객들의 탈출을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선장과 선원들은 배가 복원 불가능한 각도로 기울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승객들에게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끝내 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선내 스피커 시스템은 정상이었다. 조타실에서도 마이크만 잡으면 선내 전체에 ‘퇴선 명령’을 할 수 있었지만, 승객들에게 수십차례 반복해서 안내한 내용은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것이었다. 그사이 승무원들은 근무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일사불란하게 배를 버리고 서둘러 해경 경비정에 올라탔다. 검찰 관계자는 “승무원들의 당시 상황 대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서 고의성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탈출명령은 끝까지 없었다 29일 희생자 가족이 언론에 제공한 희생자 촬영 동영상과 해경의 구조 동영상, 수사 상황 등을 보면,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이 구조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선내에선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해 흘러나왔다. 최초 신고 이후 자신들이 탈출하기까지 40분 이상 시간이 있었는데도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탈출을 위한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았다.

영상을 보면, 16일 오전 8시52분 선내에선 “현재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안전사고 우려에 대비해주시기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두차례 나온다. 단원고 최덕하(17·사망)군이 119에 “배가 기울고 있다”고 알린 시점이다. 영상에 나오는 학생들은 배가 기울자 “진짜 침수되는 거 아니냐”며 이상 상황을 감지한다. 하지만 4분 뒤의 안내방송은 여전히 “움직이지 말라.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세월호는 오전 9시6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하면서도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되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선장 이준석(69·구속)씨는 오전 9시40분께 탈출하기 전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했지만,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다. 생존자들은 이후에도 객실에 머물라는 안내방송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 승무원들만 조타실로 집합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와의 교신 내용을 보면, 승무원들은 배가 복원되지 않아 이대로 침몰할 것이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진도 관제센터가 오전 9시12분 “승객들이 구명보트에 타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세월호는 “아직 못 타고 있다. 배가 기울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답한다. 5분 뒤엔 “선체가 50도 이상 기울어져 사람이 좌우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며, 선원들도 브리지에 모여 거동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때 이미 선원들은 조타실로 모여 해경 구조선을 기다렸다.

오전 9시23분 진도 관제센터는 “경비정 도착 15분 전이다. 방송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착용하도록 하라. 승객 탈출을 빨리 결정하라”고 안내하지만 세월호는 “현재 방송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답하고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묻기만 한다. 검찰은 최근 조사에서 이 당시 선내 스피커 시스템이 정상 작동돼 선내 전체에 방송이 가능했음을 확인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승객 외면한 조직적 탈출 이때 이미 기관장 박아무개(48)씨는 기관실에 전화를 걸어 기관부 선원들에게 탈출을 지시하고 기관사와 함께 3층 기관부 선실로 이동했다. 기관부 선원들은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3층까지 올라가 오전 9시40분께 해경 123정의 구명보트에 의해 구조된다. 이들이 3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같은 층의 안내데스크로 가 승객들에게 방송을 하거나 구두로라도 탈출을 알릴 시간은 충분했다. 당시 안내데스크를 담당한 승무원 강아무개(32)씨는 “조타실의 무전을 받고 승객들 모두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기억하는 시간은 오전 9시30분쯤이다.

■ 탈출 뒤에도 구조 안 도와 세월호와 진도 관제센터의 마지막 교신 시간은 오전 9시38분이다. 경비정이 세월호 근처까지 온 것을 육안으로 확인한 선원들은 곧 조타실에서 빠져나왔다. 승무원들은 탈출을 위해 밧줄을 연결하고 옷도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승무원들은 배를 버린 뒤에도 승객 구조를 돕기는커녕 신분을 밝히지 않고 팽목항까지 이동했다.

당시 세월호 주위엔 구조선이 해경 경비정 123정뿐이었다. 만약 탑승자 470여명이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내렸다면 이처럼 선박직 승무원 15명이 완벽하게 구조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어린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만큼 어느 구조선이든 당연히 학생들부터 구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자신들을 구할 해경의 구조선이 작은 경비정 1척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은 승무원들뿐이었다.

박기용 최우리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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