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임회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보이는 팽목항에서 20일 오후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진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목포항만청, 첫 조난신고 34분 지나서야
해경이 보낸 팩스로 사고 사실 확인
대책본부 구성 늦어 기관들 엇박자
구조하러 온 소방헬기 등 되돌아가
해경이 보낸 팩스로 사고 사실 확인
대책본부 구성 늦어 기관들 엇박자
구조하러 온 소방헬기 등 되돌아가
오전 9시29분 팩스로 사고 상황보고서 접수→9시40분 관공선 구조활동 지원 명령→10시 지방사고 수습본부 설치→11시 1차 대책회의→11시30분 관내 여객선사에 인명구조 협조요청.
재난 발생 때 현장 상황을 총괄해야 할 ‘지방사고수습본부’와 유관 기관들이 엇박자를 내어, 세월호 사고 초기에 부실 대응이 초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여객선 세월호 지방사고수습본부(목포청)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일인 16일 목포해경과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거쳐 목포지방해양항만청에 접수된 첫 사고 신고는 전화가 아니라 팩스를 통해 이뤄졌다. 목포항만청은 목포해경에 조난 신고가 접수(오전 8시55분)되고 34분이나 지난 오전 9시29분께에야 사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세월호는 이미 복원 불가능한 각도로 기울어 있었다.
지난해 6월 해양수산부가 펴낸 ‘해양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은 지방해양항만청이 선박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방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재난 상황을 총괄하도록 돼 있다. 또 해경·해군·소방방재청 등 구조기관간 역할을 분담시키고 재난 현장을 지휘·통제하도록 했다. 필요한 인력·장비를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것도 지방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이다. 수색구조팀도 지방사고수습본부가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상황을 늦게 전달받은 목포항만청은 오전 11시가 돼서야 ‘지방사고수습본부 1차 대책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과 관련한 비상연락 체계를 구성했다. 세월호가 뱃머리 쪽 일부만 남기고 완전히 가라앉은 지 40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관내 여객선사에 인명구조 협조 요청을 한 것은 오전 11시30분께다.
사고 현장을 지휘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다 보니 초기 대응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또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경이 사실상 사고 현장을 지휘하게 됐고, 구조를 위해 각지에서 출동한 소방 헬기와 산림 헬기가 임무를 부여받지 못해 그냥 되돌아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러 기관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대책본부’가 구성되면서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지방사고수습본부의 역할은 더 줄어들었다. 목포항만청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고 해경이 상황보고서를 보내 그제야 상황 판단을 했다. 우리는 중앙정부를 지원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고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초기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위기관리학회 이주호 박사는 “재난이 일어나면 신속성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재난 현장과 가장 가까운 기관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도/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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