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꾸린 유가족들 “정부에 진상규명 정식으로 요청”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 대회의실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있다. 안산/이정아 기자 [e-mail]

단원고 사망 110여명 유족
“아이들 구할수 있었음에도 못구해”
“변명없는 적극적 태도 촉구”
유족 동의없는 모금 중단 요구도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110여명의 유족들이 29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정부에 진상 규명과 적극적인 수색,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침몰선에서 숨지기 전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찍은 5분 분량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대책위는 이날 저녁 6시40분께 정부 합동분향소 옆 안산와스타디움 2층 인터뷰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사고로 딸을 잃은 김병권(50) 대책위 공동대표는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고 발생의 진상 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태만하고 기만적인 구조체계로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구하지 못했다. 아직 바다에 남아 있는 어린 학생들을 재빨리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변명 없는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한다. 또 업무성과와 밥그릇 싸움,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들, 교육부 관계자 등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대책위는 현재 여러 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금 모금을 중단해 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 사조직이나 시민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금 모금은 저희 유가족의 의사와 무관하며 자식을 잃은 저희들에게 성금은 너무나 국민들에게 죄송한 일임을 알려드린다. 동의하지 않는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이 사고로 매일 울고 있는 안타까워하는 국민 여러분. 제 자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저희 유가족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책위가 공개한 5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기울어진 세월호 선실에 있는 단원고 학생들이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대책위는 이날 사고 희생자 110여명의 유가족 160여명이 모여 3시간가량 회의를 한 끝에 꾸려졌다. 이들은 단원고 반별로 공동대표를 선출했다. 이날 출범한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는 세월호 사고 이후 유가족들끼리 모여 꾸린 공식적인 단체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유가족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재를 통해 모이거나 10~20명의 유가족끼리 모여 회의를 해왔다. 대책위는 조만간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전남 진도를 찾을 예정이다.

안산/김일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