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10시20분께 탑승객들이 어선과 고무보트 등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전남도청 수산자원과 제공 동영상 화면 갈무리 뉴스1
어업지도선 ‘긴박한 구조 21분’
10시4분~25분 구조영상 공개
단정 2척, 13분간 50~60명 구해
10시4분~25분 구조영상 공개
단정 2척, 13분간 50~60명 구해
“배가 기운다. 배가 기울어…. 잡기만 해! 잡기만 해! 잡아! 잡아!”
전남도 어업지도선 201호에서 내려진 단정이 지난 16일 오전 10시17분 침몰해 가는 세월호 좌현 중앙부로 접근했다. 바닷물 위로 머리만 내민 채 철제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학생 2명이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선원들은 난간을 놓고 바닷물로 뛰어든 학생들에게 큰 소리를 치며 손을 내밀었다. 선원들은 구명조끼을 입은 채 허우적대는 학생들을 차례차례 끌어올렸다.
전남도는 29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어업지도선 201호가 찍은 21분36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단정(최대 15~16명 승선) 항해사 박승기(44)씨의 헬멧에 부착된 캠코더로 촬영됐다. 세월호 침몰 직전인 지난 16일 오전 10시4~25분 세월호 주변 상황과 승객 구조 장면이 담겼다. 이 동영상은 침몰 초기에 찍은 해경 동영상과는 달리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동영상들은 승객들이 사고 뒤 93분 동안 아직 침몰하지 않은 세월호 밖으로 나올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승무원들이 ‘퇴선명령’을 하지 않고 먼저 탈출해 희생을 키웠다는 것을 보여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8분 진도군 의신면 갈명도에서 불법어업 단속 중 사고 소식을 듣고 출동한 단정은 세월호에 닿자마자 60~70도쯤 기울어진 선미 쪽 철제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승객 10여명을 서둘러 구조했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승객들을 유도하고 있는 해경 구조대원의 다급한 몸짓과 세월호 위로 정지한 듯 떠 있는 헬기 2대의 요란한 비행음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10시18분께는 바다 위로 머리만 내민 학생들이 무더기로 단정에 구조됐다. 학생들은 “살려줘, 살려줘”라고 울먹이며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 단정에 올라서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정은 구조한 승객들을 해경 123정으로 옮겨 태우기를 반복하며 침몰해 가는 세월호 주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20여명을 구조해 냈다.
10시25분 어업지도선 단정 2척은 서로 협력해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은 학생 1명을 건져 올린 뒤, 학생 몸속에서 물을 빼내려 시도했다. 학생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서둘러 해경 123정으로 이송하는 급박한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순간 세월호는 완전히 뒤집혀 선수 바닥만 물 밖으로 드러낸 채 침몰해 버렸고, 세월호 주변에는 구조선 10여척과 헬기들만 텅 빈 바다 위를 맴도는 장면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전남도 관계자는 “어업지도선의 단정 2척이 이날 13분 동안 승객을 50~60명 구조했다. 피시헌터호와 태선호 등 어선 2척도 45명을 구한 것으로 보고됐다. 일찌감치 퇴선명령을 내렸다면 희생을 더 줄였을 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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